[비즈 우먼파워] 건설업계 오너 2세 여성 경영인 '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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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정 대표 등 차세대 리더 부각…마케팅·신규사업·흑자경영 주도
남성만의 사업분야로 여겨지던 건설업계에 '오너2세 여성 경영인'이 뜨고 있다. 건설 ·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 공통분모다. 차세대 리더로 꼽히거나 흑자를 일궈내는 경영수완을 보이는 등 건설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강현정 울트라건설 대표(39)가 2세 여성 경영인의 대표주자다. 강 대표는 어머니 박경자 회장과 함께 7년째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2004년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07년 대표이사를 맡았다. 최근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2011년 차세대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비전을 갖고 시공능력평가 55위(1군) 업체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강 대표의 활동은 매우 왕성하다. 지난 11일엔 경상남도와 '마산 로봇랜드 실시협약'을 맺어 창원시 구산면 일대 125만9890㎡ 부지에 테마파크를 짓기로 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선보일 보금자리 주택지구 내 첫 민간아파트 '서초지구 울트라참누리' 550가구 분양도 직접 챙기고 있다.
울트라건설 관계자는 "강 대표는 택지개발지구인 광교신도시에서 건설업체로선 가장 먼저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고 서초지구 보금자리 민간아파트 등 신규사업을 직접 도맡아 진두지휘했다"며 "강한 추진력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직원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는 등 소통에도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IS동서 마케팅 담당 상무(36)도 건설업계를 선도하는 2세 여성 경영인이다. 권혁훈 IS동서 회장의 맏딸인 권 상무는 2005년 일신건설(현 IS동서)에 과장으로 입사,아파트 브랜드 '에일린의 뜰'을 만들어 전국에 알렸다. 지난해 3월 인수한 비데업체 삼홍테크의 대표를 맡은 뒤 올 들어 흑자로 바꾸는 능력을 발휘했다. 권 상무는 "눈 앞의 열매보다 솔직함을 무기로 삼아 일해왔다"며 "그동안 한 번도 분양률을 인위적으로 높여 공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는 7월 둘째를 출산할 예정인 권 상무는 "사업장 숫자가 많지 않아 회사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올해는 지난달 성공적으로 마친 광교신도시 테라하우스 분양을 시작으로 부산 용호동 복합빌딩과 울산 우정혁신도시 등에서 아파트를 공급해 회사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더 많이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두 딸도 경영일선에서 활동 중이다. 장녀 이은희 통합구매 담당 상무(38)는 남자 직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구매업무를 총괄할 때엔 꼼꼼하고 치밀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차녀 이성희 재무담당 이사(36)는 하나부터 열까지 정확한 계획을 세워 일을 진행한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아내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이 상무나 이 이사 모두 오너 2세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일반 직원들과 잘 어울린다"며 "명절이나 휴가 때 직원들을 일일이 격려하는 등 아랫사람을 꼭 챙기면서 회사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