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폭탄, 주가 폭락 노렸다"

40대 남성 등 3명 검거…범인, 오히려 2000만원 손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 사제폭탄 폭발 사건은 선물투자에 실패한 한 40대 남성이 주가폭락을 유발해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로 저지른 범죄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15일 이번 사건의 주범 김모씨(43)를 붙잡아 조사한 결과 김씨가 2010년 7월 교도소 출소 후 3억원을 빌려 주식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실패,심한 빚 독촉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폭발물을 만든 혐의를 받는 김씨와 재료를 구입한 혐의를 받는 이모씨(36),보관함에 폭발물을 투입한 혐의를 받는 박모씨(51) 등 일당 3명은 지난 14일 경기 양평,인천,서울 천호동 등지에서 차례로 검거됐다. 김씨는 지난 11일 선배로부터 5000만원을 빌려 선물옵션에 투자해 놓고 옵션 만기일인 12일을 범행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공공시설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나면 주가가 어느 정도 떨어져 큰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당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9971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낸 탓에 2.03%(43.98포인트) 급락했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 매도는 국제유가 하락,중국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것으로 '사제폭탄'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주가가 내리면 이득을 보는 '풋옵션'에 투자했던 김씨는 이날 장 마감까지 계속 보유했으면 이득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을 기다리지 못한 그는 장 종료 5분 전 풋옵션을 모두 팔아 2000만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12일 오전 4시께 천호대교 밑 한강공원 주차장에 렌터카를 세우고 차량 안에서 폭발물 2개를 만들어 당일 오전 10시50분과 11시50분에 폭발하도록 설정했다. 이어 김씨는 같은 날 오전 5시30분께 교도소 복역 시절 동기로부터 소개받은 박씨에게 폭발물 2개를 전해주고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물품 보관함에 가방을 1개씩 넣어주면 3000만원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반(反)사회적 이상 성격자의 불특정 다수 대상 범죄나 정치적 목적을 띤 테러가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위한 범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범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이씨와 박씨는 불구속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