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200개에 앨라배마 '들썩'…현대차, 엔진라인 증설

1억7000만弗 투자 협약
주지사 등 거물 총출동
"오늘은 앨라배마주와 몽고메리시,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에 아주 뜻깊은 날입니다. "

로버트 벤틀리 미국 앨라배마 주지사는 16일(현지시간) 임영득 현대차 미국법인장과 1억7300만달러의 투자 협약을 맺으며 이렇게 말했다. 벤틀리 주지사는 "엔진공장 투자는 앨라배마에 대한 현대차의 노력과 헌신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치켜세웠다. 협정식에는 몽고메리 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 거물급 인사가 총출동했다. 앨라배마 주정부는 이례적으로 현대차의 투자 내용과 조인식 사진을 담은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던 싼타페를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으로 옮기면서 싼타페에 장착해온 '람다'엔진을 새로운 '누우' 엔진으로 교체한다. 투자 금액(약 1900억원)은 현대차 입장에서 큰 규모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정부 고위인사들이 현대차의 '소액 투자'를 극진히 환영하고 나선 것은 일자리 창출때문이다. 주 정부는 보도자료 앞머리에 "현대차의 엔진공장 투자로 214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소개했다. 몽고메리 상공회의소의 래리 푸켓 회장은 "현대차는 몽고메리를 살기 좋고,일하기 좋고,놀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역경제 발전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투자금액은 비록 적지만 2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점에 주 정부가 고무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실업률은 4월 중 9%였으며 앨라배마주는 현대차 등에 힘입어 남동부지역 최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들은 현대차가 미국에 추가 공장을 짓기 위해 앨라배마 · 사우스캐롤라이나 · 미시시피 등 3개 이상의 주 정부와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제2공장 건설을 부인하고 있지만,앨라배마 주 정부 관계자들이 현대차를 극진히 예우하는 것은 제2공장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당국과 지역 사회로부터 환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선 정부의 각종 간섭과 여론의 따가운 눈총까지 받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