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차기 총재직 놓고 선진-신흥국 氣싸움

독일 "유럽서 계속 맡아야"
브라질 "관행 벗어날 때"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자리를 둘러싼 선진국과 신흥국가 간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뉴욕 법원은 16일 성폭행 미수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의 보석신청을 기각했다. 그가 보석금 100만달러를 내겠다고 제시했지만 도주 우려를 이유로 불허했다. 오는 20일 법원에 2차 출두하는 그는 이에 따라 배심원 심리가 있을 때까지 구금된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본국인 프랑스에서도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앵커 출신 작가 트리스탄 바농의 변호인 다비드 쿠비는 이날 "우리는 (스트로스칸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농은 프랑스 오트노르망디주 외르 지방의회 부의장의 딸로 2002년 인터뷰를 위해 스트로스칸과 접촉했다가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2007년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 전개로 인해 스트로스칸 총재의 사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감안할 때 유럽 인사가 차기 IMF 총재직을 맡아야 한다"고 발빠르게 치고 나왔다. 디디에 레인데르 벨기에 재무장관은 전통적으로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 인사가,IMF 총재는 유럽 인사가 맡아온 기득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신흥국가들의 IMF 총재직 요구도 이에 못지않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국적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인물이 총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메흐메트 심섹 터키 재무장관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터키에도 IMF 총재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가까운 시기에 터키나 러시아 같은 신흥국에서 IMF 수장이 나오는 게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언론은 트레버 매뉴얼 국가기획위원장을 후보로 거론하기도 했다.

IMF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미국은 아직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