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사우디 "과학기술 교육 올인"…대학 '男女분리' 금기까지 깼다

알 파이잘 사우디 경쟁력 위원장
재정 4분의 1 교육투자…석유 의존 약점 극복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고민은 아이러니하게도 석유다.

국내총생산(GDP)의 40%,국가 재정수입의 90%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가 국가 경쟁력에 약점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국제유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 구조를 바꾸고,석유고갈시대(post-oil)에 대비하기 위한 미래 비전 마련이 국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선택한 해법 중 하나가 교육 혁신이다.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아라비아 경쟁력위원회 위원장(사진)은 17일 개막한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을 소개하며 교육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IPS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작년보다 한 단계 오른 36위를 기록했다. 그는 "매년 재정 지출의 4분의 1을 교육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며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를 통해 중동의 과학기술 허브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작년 8월 장기 국가발전전략(2005~2024년)의 2단계 계획에 해당하는 제9차 5개년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9차 개발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전체 투자액의 50.6%인 1951억달러를 이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다. 교육시설 공급과 제도 개선을 통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학률을 각각 98%,95%까지 높이고 170만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25개 대학을 설립하는 게 세부 투자 계획이다.

전체 인구 구성에서 30세 미만 인구가 60%에 달하고 있는 만큼 국가를 이끌어 갈 젊은 세대의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사우디 정부의 판단이다. 파이잘 위원장은 "분야별 투자규모에서 알 수 있듯 9차 개발 계획의 핵심은 교육"이라며 "교육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개발 및 인재 육성의 중심은 2009년 세운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KAUST)이다. 사우디의 첫 남녀공학 대학으로 과학 기술 육성을 위해 남녀 분리 교육 원칙 등 기존 관습을 과감히 철폐했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이 미국 MIT가 지난 142년간 모은 기부금 전액과 맞먹는 100억달러(10조9000억원)를 연구비,장학금 등으로 내놓았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여자대학인 누라 빈 압둘라만 공주 여자대학이 문을 열었다.

이정호/허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