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新르네상스] 태양광ㆍ2차전지…성장동력 '충전' 화학 '글로벌 톱' 질주

금융위기가 기회
정보전자 소재 빠르게 선점…LG화학 등 실적ㆍ주가 '껑충'
車배터리ㆍEP 등 영토 확대…화학기업 '제2 전성기' 활짝
'화학 신르네상스 시대.'

1960~1970년대 국내 산업을 이끌던 석유화학 기업들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화학 계열에 학생들이 다시 몰리고,대학생들의 선호 직장엔 유화업체들이 윗자리를 차지한다. 과거 전성기 때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각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불어나는 실적에 힘입어 모범 CEO로 평가받고 있다. 울산,전남 여수,충남 서산 등에 자리잡은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것이 힘의 원천이다. 2008년 전 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는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는 기회가 됐다. 필름 등 정보전자소재 분야도 발빠르게 선점했다. 태양광 발전,2차전지 등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과감히 이뤄지고 있다. 화학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이 향후 소재 시장에서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적 급증,주가도 쑥쑥

화학업종의 '신르네상스'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는 단연 실적이다. 업종 대표주인 LG화학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8.0% 증가한 853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과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1%와 26.8% 급증한 5조4909억원,6566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였다.

호남석유화학도 전년 동기보다 87.59% 늘어나며 영업이익이 5819억원을 웃돌았다. SKC도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이 각각 4231억원,480억원,306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트리플 최대' 대열에 합류했다. 제일모직과 웅진케미칼 등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어닝 서프라이즈 평가를 받았다. 주가도 크게 올랐다. LG화학은 2009년 10만원대로 출발,그해 20만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40만원 언저리에서 마감하며 화학주 전성시대를 열더니 올 들어서는 한때 60만원에 육박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162.44% 급등하며 10만원대에서 26만9000원으로 수직상승했던 호남석유도 올해 46만원대까지 치고 오르는 등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합성고무업계의 강자인 금호석유화학은 검찰의 압수수색 등 악재에도 연초 10만원 아래였던 주가가 20만원대로 뛰었다.


◆금융위기가 오히려 기회

불과 3~4년 전 국내 유화업계에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이 잇따라 증설에 나선 데다 원유 산지인 중동마저 오일머니를 무기로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중국 · 중동발 신증설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금융자본들이 빠져 나가며 증설 프로젝트는 잇따라 중단되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나는 동안 중동발 충격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수요 회복기에 국내 업체들에 주문이 몰리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으로 이어졌다. 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석유화학 경기 사이클이 큰 무리 없이 바닥을 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보전자 소재,산업자재 분야 개척

필름 등 정보전자소재 분야 성공적인 변신이 르네상스를 가져왔다. 화학을 기반으로 연관 분야로 뻗어 나가며 안정 속의 성장을 이뤘다. LG화학은 LCD(액정표시장치) 편광판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제일모직도 의류회사에서 화학 기업을 거쳐 이젠 전자재료 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비디오테이프 등 기존 사업이 위기를 맞았던 SKC도 필름 부문 성장이 힘이 됐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큰 어려움을 겪었던 효성은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분야에서 세계 유명 메이커를 제치고 정상의 자리에 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산업자재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도레이첨단소재는 필름뿐 아니라 탄소 소재와 같은 신소재를 발판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양사와 제일모직의 동유럽 진출 첨병인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도 유화업체들의 먹을거리다. 삼성토탈은 중국 남부지역 전기전자,소형가전 소재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태양광,2차전지 등으로 성장동력 장착

미래도 밝다. LG화학은 소형 2차전지에 이어 중 · 대형 시장에 진출,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에서 제일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케미칼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태양광과 바이오의 핵심 축을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제일모직,웅진케미칼 등은 물사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석유화학 분야가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정유사들도 신성장동력 사업에 열심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 뛰어들었으며,GS칼텍스는 이달 음극재 공장 기공식을 갖고 2차전지 소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석유화학 설비를 건설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