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멘토와 멘티

요즘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다. 눈에 띄지 않던 참가자가 훌륭한 멘토를 만나 매회 발전하고 생존을 거듭하는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줘 인기가 높다고 한다. 멘토는 참가자들에게 자신도 모르고 있던 재능을 일깨워주고 때로는 신랄하지만 애정이 담긴 조언을 통해 부족한 점을 극복해 나가도록 이끌어 준다. 이처럼 멘토의 지원을 통해 멘티들이 자신의 꿈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이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주는 듯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예전 직장상사인 데이비드 스코트랜드를 인생에 영감을 주는 멘토로 꼽고 싶다. 그의 리더십과 가치관은 필자가 어떤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낙관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목이 부러지는 부상으로 병원에 누워 있을 때도,그리고 16년 전 생후 18개월의 아이가 이탈리아의 병원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때도 좌절하거나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은 그의 격려 덕분이다. 그는 필자가 '카르페 디엠 (Carpe Diem · 현재에 충실하라)'을 인생의 철학으로 삼고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2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는 필자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선배로서 고민을 경청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필자만이 이처럼 훌륭한 멘토를 갖고 있는 특별한 행운아는 아닐 것이다. 멘토는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 있고 특별한 자질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영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그의 아버지라고 한다.

어린 시절 운동을 못했던 게이츠를 늘 격려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왔고 그것이 지금 성공의 근간이 됐다. 오바마에게 마틴 루터 킹의 연설집을 쥐어 주고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도 그의 어머니였다. 따뜻한 관심과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이의 삶에 훌륭한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행동 하나,조언 한마디에 누군가가 삶의 방향을 잡고 흔들림 없는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학교와 직장에서 멘토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제도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겠다. 배울 대상을 찾지 못하는 청소년,사회에 갓 발을 내디딘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꿈꾸는 길을 먼저 걸은 선배의 조언 한마디,경험 하나는 그들로 하여금 그 꿈을 실현하도록 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도저히 넘기 어려워 보이는 난관이라도 이미 그 길을 지나온 멘토의 조언을 통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봄은 눈부시고 싱그럽다. 빌딩 숲 사이로 만개한 꽃들은 짓눌린 마음을 달래주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우리의 삶 또한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 어떤 봄꽃보다 더 활짝 피어나리라 믿는다.

리차드 힐 < SC제일은행장 Richard.Hill@s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