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눈이 보배다…관찰 잘해야 혁신가

서울 삼성동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A사장은 매장에 나오면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설거지다. 일손을 거들고 모범을 보여주려는 뜻도 있다. 그러나 이유는 따로 있다. 손님이 뭘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영업이 끝나면 주방 직원들과 회의를 한다. "양파 수프 줄이고 해물 샐러드엔 새우하고 감자 넣지 마라.다 남겼더라!" 그는 손님들에게 퇴짜 맞은 아이템만 가려내기 위해서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초저가 할인 매장 B사장의 경우.대부분 아이템이 1000원인 매장에 들어온 손님들을 잡는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 아니었다. B사장의 관찰 보고서는 이렇다. "쌀수록 디자인이 좋아야 팔린다. " 싸면서 디자인도 떨어지면 '비지떡'이요, 싸지만 디자인이 좋으면 '가치상품'이 된다는 설명이다. 관찰은 그 본질상 눈이 생명이다. 세계적인 디자인업체 IDEO의 사장 톰 켈리도 "혁신은 눈에서 나온다"고 했다. 혁신역량을 높이려면 그러니까 평소에 주변의 것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을 취미로 만들어라.

당장 삼겹살 집에 가보라.2인분을 시키면 고기가 네 덩어리 나오는데 종업원들은 꼭 세 덩어리만 올린다. 왜 그럴까. 다 먹고 한 덩어리만 올리면 적어 보여서 1인분을 더 시키게 하기 위해서다.

이 얘기는 또 어떤가. 오랫동안 그룹 비서실장을 지낸 C씨는 사장 회의에 들어와서 앉아 있는 모양만 봐도 실적이 좋은지 안 좋은지 안다고 했다. 실적을 완수해 자신 있는 사람은 의자 깊숙이 기대고 앉지만 성과를 제대로 올리지 못한 사람은 허리를 빳빳이 세우고 책상 앞으로 당겨 긴장하며 앉아 있다는 것.경영의 세계에선 결국 눈이 승부를 가른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