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송 프로그램 제작 지원 '주먹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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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지상파 3사엔 50% 늘리고정부가 방송 프로그램 제작 지원을 지상파에는 늘리고,적자에 시달리는 케이블채널사용사업자(PP)에는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의 로비에 휘둘렸다는 의혹이 일면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 지원 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세 PP는 23% 줄인 48억 그쳐
한국경제신문이 18일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해 KBS MBC SBS 등 지상파 프로그램 36편을 제작하는 데 58억3900만원을 지원했다. 2009년 28편에 39억원을 지원했던 것에 비해 편수는 28%,금액으로는 50% 증가했다. 대상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와 생활정보 등 교양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세한 규모의 PP에 대해 63억3400만원에서 48억8700억원으로 지원액을 23% 줄였다. 방통위의 지상파 지원 금액 비중은 2009년 전체의 31.4%에서 지난해 42%로 확대된 반면 PP들은 50.9%에서 35.2%로 감소했다.
올해에도 지상파에 전체 지원액의 53%인 70억원,PP들에는 31.3%인 39억82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지원 대상작은 KBS 다큐멘터리 '미래산업,스토리텔링',라디오 프로그램 '소리로 보는 세상',MBC 국군의 날 특집 다큐멘터리 '평화 기적을 쏘다',SBS 다큐멘터리 '고기''깊고 푸른길,태평양' 등이다. 단막극 분야에서는 KBS와 MBC가 21편을 모두 수주했다.
지난해 KBS와 MBC는 500억~1000억원 규모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SBS도 올 1분기에 매출 1549억원,영업이익 108억원,순이익 94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하이투자증권은 내다봤다. 반면 130여개 PP 중 지상파 계열이나 복수종합유선사업자(MPP) 계열 등 50개 안팎의 대형 PP는 대부분 흑자지만 개별 PP의 70~80%가 적자 상태라고 케이블TV협회는 분석했다.
방송업계에서는 영세한 채널에 지원을 줄이고 돈 잘버는 지상파에 지원을 늘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가 슬로건으로 내건 '공정사회 구현'과도 배치되는 행정이라는 얘기다.
박성호 개별PP연합회장은 "방통위에 PP 지원을 늘려달라고 틈만 나면 말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라며 "지상파와 개별PP 간의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원화돼 있는 방송 프로그램 진흥사업을 문화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문화부는 방송사보다 더 영세한 콘텐츠 제작사의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청와대가 콘텐츠 진흥 사업은 문화부,규제 정책은 방통위가 맡도록 업무 조정에 나섰지만 방통위의 반발로 표류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