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스칸 사퇴하라" 가이트너도 압박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IMF의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도 차기 총재 선임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IMF는 뉴욕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스트로스칸 총재가 외교관 면책특권을 받을 수 없다고 17일 밝혔다. 총재 변호사 측은 호텔 청소부와 스트로스칸의 성적 접촉을 인정하면서도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스트로스칸은 갈수록 총재직 사퇴 쪽으로 내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2008년 IMF 이코노미스트와 맺었던 부적절한 관계도 합의에 따른 게 아니라 그의 강압과 지위남용에 의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스트로스칸 총재가 현재 IMF를 이끌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차기 총재 선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거취에 대해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입장이다.

미국은 IMF 의결권 17%를 갖고 있으나 유럽 국가들의 총 의결권 36%에는 모자란다. 의결권 21%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자신들의 총재 후보를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미국과 유럽이 내세운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고 월스트리저널이 분석했다.

마리아 페크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도 "법원이 보석신청을 기각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스트로스칸은 자신이 IMF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 역시 "스트로스칸 총재는 자신에게 지워진 매우 심각한 혐의를 감안했을 때 자진 사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여성인 살가도 장관은 이어 "피해 여성이 주장하는 바가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내가 누군가에게 연대감과 지지를 보여줘야 한다면 나는 피해 여성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