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베스트 애널로 뽑힌 대신증권 2인방

LG이노텍ㆍ한진해운 '쪽집게' 박강호ㆍ양지환 연구원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요즘 잔칫집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선정한 '2010 아시아지역 베스트 애널리스트' 명단에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 2명이 업종별 1위에 오른 덕이다. 전기전자 분야의 박강호 연구원(43 · 오른쪽)과 운송 부문의 양지환 연구원(38)이 그 주인공이다. 아시아지역 3000여명의 애널리스트 중 21개 업종의 1위를 뽑는데 대신증권이 2관왕이 된 셈이다.

애널리스트란 업종이나 기업에 관해 투자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주는 투자분석가다. WSJ는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종목의 연 수익률과 배당 등을 감안해 점수를 매겼다. 박 연구원은 LG이노텍(연 수익률 39%) 파트론(64%)을 발굴,36.2점을 받아 2등인 일본 미즈호증권의 쓰이치 이데 연구원(28점)을 크게 제쳤다. 양 연구원도 업황이 안 좋은데도 한진해운(93%)을 추천해 51.7점을 얻어 2등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47점)을 4.7점 차이로 따돌렸다. 두 연구원은 18일 기자와 만나 "국내를 넘어 아시아 지역에서 이 같은 평가를 받아 기쁘다"며 "단순 인기 투표가 아닌 지난 1년간의 리포트와 수익률 등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선정된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기전자 분야 아시아 1위인 박 연구원은 16년차 베테랑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와 아시아나항공에 1년 동안 다닌 뒤 1995년 우리증권 조사분석부에서 전기전자업종 분석을 시작했다. LG투자증권을 거쳐 2005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합류했다.

박 연구원은 2009년 말 LG마이크론과의 합병으로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LG이노텍을 소신껏 추천종목으로 밀었다. 종목 발굴의 비결을 묻자 "시장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기업을 꾸준히 지켜보며 종목 발굴에 나서는 것이 노하우"라며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주로 미래를 위한 연구 · 개발(R&D) 투자에 주목한다"고 귀띔했다.

운송분야 1위를 차지한 양 연구원은 중앙대 무역학과에서 국제경제학 석사를 마친 뒤 2001년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했다. 2006년까지 대신증권 압구정지점에서 브로커로 일하다 애널리스트로 변신한 케이스다. 그는 리서치 분야도 영업 못지 않게 현장에서 뛰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정보가 많아야 기업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2009년 하반기 한진해운을 추천할 때엔 컨테이너 업황이 안 좋은 상황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아 고생했는데 이렇게 턴어라운드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서 더욱 보람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된다. 국내외 시장 동향을 체크하는 모닝회의를 끝낸 뒤 시장을 지켜보다 기업 탐방이나 투자설명(IR) 행사 등에 참석하며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보통 연구원 한 명이 커버하는 종목은 10여개로 투자자들에게 내놓는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다 보면 늦은 밤이나 주말까지 이어지는 것은 다반사다.

박 연구원은 "대부분 매수 종목을 쓰지만 매수에서 중립으로 꺾거나 목표 주가를 낮출 때면 항의전화가 하루 종일 빗발쳐 업무를 제대로 못 본다"며 "이로 인한 고충도 크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숨겨진 기업가치를 제대로 발굴해 그만큼 주가 수익이 높아지면 보람을 느낀다"며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리포트를 내고,많은 기업 담당자를 만나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