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반장' 이주영, 장·차관들 연일 호통

방통위·금융위 등 질책…"당 무시 용서 못해"
정책委서 호출전화 받는 관료들 '스트레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사진)이 연일 '정부 군기 잡기'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여당이 정책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에 따라 당 우위 정책협의를 강조하는 차원이다. 여당 정책위로부터 소환 전화를 받은 정부 관료들은 죽을 맛이다.

이 의장은 18일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을 국회로 불렀다. 신 위원은 황철증 방통위 통신정책국장과 함께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 의장은 인사도 없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의장은 "통신비 인하 관련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정말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여당 정책위 의장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보도를 보고 알아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의 요구사항이 하나도 반영이 안 된 안을 기정사실로 밀어붙이면 국회에서 협조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어제 경찰청이 3색 신호등을 밀어붙이다 좌절하는 것을 봤죠"라며 되물었다.

이 의장의 성토에 신 위원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시선을 피했다. 이에 이 의장은 "어이 상임위원,어디 보고 있어? 나 좀 똑바로 보고 얘길 들어.어딜 딴 데 보고 있어.먼 산 보듯이 하고 말이야"라고 쏘아붙였다. 이 의장은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정말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다.

신 위원은 말이 끊길 때마다 "오해가 있다"고 반복적으로 말했지만,이 의장은 "더 들어보라"고 신 위원의 발언을 막았다. 이 의장이 관료들을 벌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의장은 심재철 전 정책위 의장 시절 '당정협의' 없이 발표되던 정부와 청와대의 관행을 깨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 12일엔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불러 "금융감독원은 금융강도원"이란 말을 동원해 질책했고,13일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에겐 만 5세 미만 무상보육 정책이 당과 조율 없이 나간 걸 따졌다.

의장실 관계자는 "사회 이슈를 골라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정부에 바로 전화를 한다"며 "의장의 소환 성격을 파악한 정부 고위 관료들은 의장실로 들어오자마자 얼굴빛이 변한다"고 전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