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르네상스호텔 6개월 내 팔아라"

우리은행 "시한 넘기면 채권단서 매각할 것"…삼부토건 "은행이 사채업자냐" 강력 반발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의 대주단 주관사인 우리은행이 삼부토건 측에 "6개월 내 르네상스서울호텔을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에 추가 대출을 내줄 용의가 있는 만큼 삼부토건은 핵심 계열사를 매각해 대출금을 조기에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부토건은 "우리은행의 요구는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 "호텔 매각 급하다"우리은행과 삼부토건이 협상 중인 대출액은 7500억원 규모다. 삼부토건이 이자조차 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2년치 이자 약 1000억원이 대출액에 포함됐다.

우리은행은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철회할 수 있도록 대출을 내 주되 르네상스서울호텔을 조기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기로 했다.

호텔 매각시한은 '대출 후 6개월'로 잡았다. 이때를 넘기면 채권단이 직접 매각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대출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에다 2.5%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대출기간이 최장 2년이지만 호텔을 매각해 여유자금을 확보하면 조기 상환할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호텔을 빨리 매각해 연 400억~500억원인 이자비용을 낮추라는 것"이라며 "삼부토건이 법정관리 리스크에서 벗어나도록 돕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부토건은 "우리은행의 대출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환계획이 아니라 담보물 매각계획을 제출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경영진은 최근 내부 회의 때 "은행이 사채업자냐"며 반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건설만 법정관리 가나

삼부토건보다 더 급한 쪽은 헌인마을 공동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다. 마땅히 내놓을 담보가 없는 데다 대주주인 최윤신 회장도 사재 출연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어서다. 금융계에선 동양건설만큼은 법정관리를 철회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두 건설사가 갚아야 할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2100억원에 대해서도 은행들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ABCP 상환액 중 절반(1050억원)을 삼부토건이,나머지를 동양건설 및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을 비롯한 대주단이 떠안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설사 동양건설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해 추가 대출을 내주더라도 순전히 운영자금 목적으로 써야지 ABCP 상환용으로 사용해선 안된다"며 "지금 상황에선 동양건설의 법정관리행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주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결정을 미루면서,이달 말까지 채권단과 해결하도록 시한을 못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