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역행하는 금리 결정' 韓銀 비판 확산

전문가 "시장 무시하고 정부 코드 맞추기하나"
한은 "일관성 유지…시장이 자의적 해석" 반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 어긋나는 일이 반복되면서 통화정책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한은이 지난 13일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결정이 시장 전망과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한은은 올 들어 금리 인상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했다며 시장이 통화정책 방향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예상을 깬 기준금리 동결의 여파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2일 연 3.67%에서 18일 연 3.62%로 하락했다. ◆재정부 판단 따라 금리 결정…논란

시장 관계자들의 불만은 단순히 한은의 금리 결정이 예상에서 벗어난다는 점이 아니다. 비판의 핵심은 한은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와 실제 금리 결정이 다르다는 점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한은에 주어진 소임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금리 정상화의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달 금리 인상을 예상하게 하는 발언이었다. 지난달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의 "물가안정 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 데 보다 중점을 두고 운용하겠다"는 문장도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한은은 그러나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1월에는 정반대의 일이 있었다.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 전망이 압도적이었지만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인상했다. 기획재정부가 매월 초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밝히는 경제정책 방향과 한은의 금리 결정이 일치한다는 점도 논란을 낳고 있다. 재정부가 그린북에서 "물가 불안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 1월과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3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물가 불안이 구조화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며 우려 수위를 낮춘 4월과 물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5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정부 정책에 맞춰 금리를 결정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며 "정부에 가까워지는 만큼 시장과는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시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한은은 반대로 시장의 잘못을 지적한다. 한은은 일관된 정책 방향을 유지하고 있는데 시장이 한은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기대를 갖는다는 것이다.

김 총재가 말하는 '베이비 스텝(baby step)' 금리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시장에서는 베이비 스텝을 격월 단위로 금리를 올리는 '징검다리식 금리 인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베이비 스텝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되 언제 금리를 올릴지는 매달 금통위가 열리는 시점의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판단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에서는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경제 상황보다 소속 기관의 이해관계에 따라 금리 전망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어느 증권사가 금통위 전 채권을 대량으로 매도했다면 기준금리가 인상돼 채권 가격이 하락(채권금리 상승)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 이런 경우 해당 회사의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상 전망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상황에 비춰 금리 인상 속도가 그렇게 느리다고 보지 않는다"며 "연말 기준금리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연 3.5~3.75%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