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가계ㆍ기업 과다차입 요인 억제하겠다"

한은, 최소한의 정보 있어야…신흥국 출신 IMF총재 희망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가계 및 기업의 과다차입 유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초청 강연에서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며 "통화정책 운영 시 가계나 기업 부문의 과도한 차입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과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금리 정상화는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 하고 경제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리 인상이 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적정 금리 수준과 관련,"나라마다 능력과 물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나름대로 기준을 갖고 있지만 적정한 폭과 속도로 금리를 조정해 가겠다"고 말했다. 또 "한은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렸다"며 "신흥국과 비교하면 느릴지 모르지만 선진국까지 포함해서 보면 중간은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나타난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상승세가 주춤해진 건지 아니면 다시 오를지 매우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며 "다만 투기적 요인에 의한 가격 상승은 오래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물가에 대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지겠지만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총재는 금융감독 체계와 관련,"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한은도 최소한의 정보는 갖고 있어야 한다"며 한은 단독조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종대부자로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이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최근 미국에서 성폭행 미수 혐의로 기소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후임자는 신흥국 출신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희망은 신흥국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두고봐야겠다"고 말했다. 김 총재가 임명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는 "한은에서 할 일이 많다"고 답했다.

유승호/김현예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