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나선 기관…車·화학ㆍ조선株 담았다

코스피 닷새 만에 반등 2135P
주식형펀드 7일째 순유입…외국인 공백 메워
현대重 6% 이상 뜀박질…OCIㆍ현대車도 강세
기관이 오랜만에 구원투수로 나섰다. 자산운용사(투신)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외국인의 빈자리를 메워준 덕에 18일 코스피지수는 33.37포인트(1.59%) 오른 2135.78로 마감하며 닷새 만에 반등했다. 증시를 견인하기엔 역부족이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수 하단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복귀할 때까지 '실탄'을 가진 기관이 매수하는 종목을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기관,조정으로 가벼워진 주도주 '사자'외국인은 이날 530억원을 팔아 닷새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하락장에서 늘 '사자'로 대응하던 연기금마저 이틀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자산운용사(1215억원)를 중심으로 한 나머지 기관이 화학 자동차 조선 등을 2172억원어치 사들이며 반등을 이끌었다.

기관 매수세 유입에 주도주들이 오랜만에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가 23만8500원으로 5.53% 급등했고 기아차(3.74%)와 현대모비스(1.88%)가 나란히 뜀박질했다. LG화학 OCI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이 동반 상승하며 시장 분위기를 달궜다.

기관은 특히 최근 시장하락률보다 낙폭이 컸던 주도주에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이날 OCI를 739억원어치 순매수했고 현대차(532억원) 한화케미칼(415억원) 호남석유(381억원) 기아차(246억원) SK이노베이션(244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조선주에 대한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중공업을 247억원 사들였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도 순매수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47만5000원으로 6.62% 치솟으며 이전 나흘간의 낙폭을 단숨에 만회했다. 이상우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대지진 이후 LNG선 수요 증가 등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조선주들이 기관의 매수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관 매수는 단기 저점 신호"

주가 하락으로 주식형펀드에 연일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국인 매도로 꼬인 증시 수급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는 지난 16일 1440억원을 포함,8거래일째 자금이 들어왔다. 연속 일수로는 올 2월10~23일 10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유입된 이후 가장 길다. 이 기간에 들어온 자금은 9058억원에 달한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아직 추가 상승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 추세적인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펀드 역시 대기자금이 풍부해 하락장에서 낙폭을 제한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탄'이 늘어난 자산운용사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은 단기 저점을 의미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도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자 반등을 기대한 기관이 매수 강도를 늘리면서 이날 주가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판단했다. 코스피지수가 60일 이동평균선 근처까지 하락하고,2분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점도 반등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5~6%에 불과하던 주식형펀드 내 현금 비중이 지금은 7%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펀드 자금 유입으로 기관이 추가로 주식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2100선의 지지력이 확인된 만큼 주가가 크게 떨어진 우량주에 대한 매수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팀장은 다만 "기존 주도주들이 낙폭 만회를 넘어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상품 가격 상승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당분간은 주가가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지연/손성태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