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욱 전 수행비서 "노무현 전대통령 묘역 관리에 국고지원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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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30일 오전 8시 정각.
"국민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 청사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14년 만에 이뤄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에 전국민의 관심은 쏠렸다. 각 언론사에서는 버스를 뒤쫓으며 사진을 찍고 방송국헬기를 통해서는 전국에 생중계됐다.
그 시각 버스 노 전 대통령의 주위에는 변호를 맡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 수행비서인 문용욱 부속실장 등이 함께 했다.
문용욱 실장은 20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말 1년 같은 하루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09년 5월 23일 새벽 5시.
문 실장은 대통령님의 헛기침 소리에 잠을 깼다. 10년 넘게 들어온 바로 그 기침소리였다. 웬지 느낌이 이상하고 잠이 다시 오지 않았다.
7시경 경호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급히 나오셔야 겠습니다" "어디로 나오라는 말입니까" "읍내 세영병원으로 오셔야겠습니다" 직감적으로 큰일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5분 거리의 병원으로 달려갔을때 의료진이 대통령님의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었다. 사고에 경험이 많은 경호본부장을 쳐다봤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앞이 캄캄하고 눈물이 났지만 속으로 외쳤다 '너는 수행비서다. 이 분을 끝까지 수행해야 한다" 문실장은 그렇게 이를 악물었다.
장례식이 끝날때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와중에도 문득문득 '검찰 조사받고 와서 내가 더 잘 모셨어야 하는데…'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매사에 눈치가 빠르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왜 이런일이 없도록 더 잘하지 못했을까' 자책도 들었다.노 전 대통령은 투신전 오히려 수행비서인 문 실장을 보면서 "내가 끝까지 자네를 챙겨줘야 하는데…그러지 못할것 같아 미안하다"며 "이런 일을 치르게 해서 미안하다"며 힘든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사건 이후 대통령과 마지막을 함께 했던 경호원은 사표를 내고 정신치료 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장례식 이후 약 1년반가량 더 봉하마을에 머물던 문용욱 실장은 작년 11월에야 서울에 올라왔다.
묘역과 임시추모관 등의 작업이 대략 마무리가 된 시점이다.
권양숙 여사 건강 되찾고 산책등 외부활동…오물투척 사건 후 묘역쪽 못봐
권양숙 여사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내가 아무리 힘들다 한들 그분만큼 힘들기야 했겠느냐"면서 "많이 힘들어 하셨고 건강도 안좋아지셨었지만 이제는 안정을 찾고 계신다. 가끔 산책도 하고 나들이도 하고 계신다"고 답했다.
할아버지 영정사진 앞에서 천진난만하게 언론사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려보이던 손녀딸은 어엿한 초등학생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한 60대 남성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오물을 투척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던 묘역은 이 사건이후 9시 이후 통제조치가 내려졌다. 권양숙 여사는 이 사건 이후 많이 힘들어 하셨다고 한다. 사저 마당에서 묘역이 내려다보이는데 차마 미안해서 눈길을 줄 수 없었던 권 여사는 한동안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으셨다고 전했다.
서거 2주년이 됐지만 아직도 봉하마을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권양숙 여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봉하재단은 대통령 기념품을 봉하마을에서만 살수 있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온라인을 통해서 판매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렇게 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공식 온라인 쇼핑몰 '노란가게'가 오픈하게 됐다.
'노란가게'오픈 "노대통령의 신념 널리 퍼뜨릴것"
‘노란가게’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상품 중심으로 메인페이지를 구성하지 않고, 대통령을 모셨던 참모들 인터뷰를 싣는 ‘내마음 속의 대통령’ 코너를 전면에 배치했다. 단순히 기념품만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노 대통령의 신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곳이 되기 위해서다.
지난 9일 오픈한 이후 오랫동안 대통령을 곁에서 모셔왔던 문용욱 전 부속실장이 “모두가 울 때, 비서는 울 수 없습니다”란 제목으로 일화를 소개해 화제가 됐다.
2주년 기념식을 치르고 나면 이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글이 소개될 예정이다.
오픈 이후 ‘노란가게’의 상품중 주로 노 대통령의 신념과 가치를 담은 내용이 들어간 문구, 서적 등 문화상품이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또한 봉하마을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오리쌀과 누룽지 등 농산물에 대한 주문도 폭주했다.
수익금은 어디에 쓰이게 될까.
문용욱 실장은 "일단은 봉하마을에 있는 대통령님의 묘역조성과 관리에 주로 쓰이게 될 것이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 묘역관리에 국고지원 없어…관리 경호 어려움 겪어
전대통령의 묘역관리를 위해 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답변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퇴임한 전직 대통령들의 경호비용에 해마다 수십억원이 소요됐다는 보도가 막 전해진 직후라 더욱 그랬다.
현행법상 국가보전묘지에 지원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지만 해당부처에서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일체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백원우 의원의 주도하에 시행령을 만들자는 제안을 수차례 했지만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행안부는 상대부처에서 해야할 일이라며 미루고 있다는 것.
고향 봉하마을에 묘지를 만들만한 땅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조성에는 시민들이 기증해준 박석이 사용되고 현재 묘역 안내도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사저에는 경비하는 경호원과 경찰이 상주하고 있지만 묘역은 관할 외의 지역이라 경찰 2명의 지원을 받아 경비를 서고 있다.
정치 관심 없는 평범한 사람들도 따뜻한 마음 나누는 쇼핑몰로 키울터
임대료가 싼 사무실을 찾다 낙원상가 인근에 회사를 차린 문용욱 실장은 '노란 가게' 운영을 통해 어떤 일을 이루고 싶을까.
일단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담은 도서를 전국에 기증하는 운동을 벌일 생각이다. 어르신들이 보기편한 큰글씨 책도 배포할 예정이다.
또 한가지는 봉하마을 쌀을 자기 시골마을 경로당에 보내기 운동을 펼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우직하게 먹은 생각을 결국 실천해내고야 말았던 '노무현 정신'을 높이 기려 사회적 공헌을 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은 것이다. 문실장은 "세상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도 자기보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런 따뜻한 마음들을 모아 그늘진 곳에 베푸는 역할을 내가 대통령을 대신해서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전대통령의 쇼핑몰이라니 너무 상업적인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문실장은 "앞으로 우리가 해 나갈일을 보고나서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2007년 4월 대통령 1호기 안.
행사일정관련 자료를 드리기 위해 주무시는 대통령님을 깨웠더니 자료는 보지 않으시고 얼굴을 빤히 보더니 내뱉은 말 "문실장... 고맙네."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모시는 10여년 동안 처음으로 들어본 '고맙다'는 말에 몸둘바를 몰랐다는 문 실장.
비서를 단순히 비서로 보지 않고 생각과 철학을 나누는 동료로서 대해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 실장의 이같은 고군분투 행보를 지켜본다면 또한번 그 말을 하지 않을까.
"고맙네...정말 고맙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사진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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