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휠라코리아, 타이틀리스트 인수] 국내 기업, 세계 최고 브랜드 첫 인수…한국·홍콩 증시 상장 계획

4개월 노력 끝에 아디다스 등 경쟁자 제쳐
미래에셋, 운용사 글로벌화 첫 번째 성과…휠라코리아, 브랜드 한계 단숨에 극복
휠라코리아 · 미래에셋 컨소시엄의 아큐시네트 인수는 국내 기업 인수 · 합병(M&A)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국민연금,제조업체가 힘을 합쳐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단숨에 글로벌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은 해외 인수 대상 기업을 선정해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만든 뒤 전략적 투자자(SI)와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였다. 국내 PEF의 해외 기업 M&A가 급증하는 추세에서 운용사가 주도하는 딜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이 인수 주도

이번 M&A는 지난 1월 시작됐다. 아큐시네트 매각 자문사인 JP모간이 미래에셋맵스에 아큐시네트를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해왔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바클레이즈에 이어 세계 2대 이머징마켓 투자자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큰손' 대접을 받으며 꾸준히 접촉해온 결과였다.

미래에셋맵스는 SI와 FI를 동시에 끌어들여 부담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짰다. 해외 유명 PEF들이 선호하는 '바이아웃' 방식을 선택해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하자는 전략이었다. 미래에셋은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을 공동 자문사로 선정해 아큐시네트의 향후 경영 비전과 성장 전략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SI였다. 골프 용품업체 경영에 노하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한국법인으로 경영에 성공해 유럽 본사를 거꾸로 인수한 휠라코리아를 파트너로 선정했다. 유정헌 미래에셋PEF 대표는 "휠라코리아가 스포츠용품 제조와 유통 분야에서 이미 한 차례 성공한 자신감이 세계 1위 기업 인수에 뛰어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국민연금을 비롯해 기관투자가 5~6곳을 PEF에 끌어들였다.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6억달러,휠라코리아가 1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5억달러의 인수 금융을 맡기로 했다.

◆6개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인수전은 만만치 않았다. 첫 입찰엔 6개가 참여했다. 이름만으로도 쟁쟁했다. 캘러웨이는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테일러메이드를 갖고 있는 아디다스그룹도 참여했다. 클리블랜드와 던롭 · 스릭슨 브랜드를 갖고 있는 일본 스미토모고무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14일 휠라코리아 · 미래에셋 컨소시엄과 아디다스그룹이 인수 후보로 선정됐다. 두 회사 간 경합은 치열했다. 인수금액은 아디다스가 다소 많이 제시했다. 휠라코리아 컨소시엄은 경영전략으로 이를 극복했다.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고 아큐시네트를 독자 경영한다는 제안이 먹혀들었다. 한국 증시와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등 아시아 시장의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아디다스가 인수할 경우 독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휠라코리아 컨소시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내 M&A 역사상 최대 딜로 꼽히는 두산의 밥캣 인수나 STX그룹의 아크야즈 인수는 모두 기업이 주도했다. 이번 M&A는 운용사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M&A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PEF 운용사가 주도하는 해외 M&A가 확산될 전망이다. 손동한 IMM프라이빗에쿼티 이사는 "최근 PEF 운용사가 대상을 골라 인수하든지,SI와 공동으로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용품+의류'시너지 효과 기대

앞으로 아큐시네트의 실질적인 경영은 전략적 투자자인 휠라코리아가 맡는다. 아큐시네트는 독립적인 경영을 유지한다. 휠라코리아는 아시아 시장에서 요구하는 트렌디한 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제품 소싱의 다양화 등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아큐시네트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골프볼과 골프화에 집중돼 있는 아큐시네트 제품 구성에 휠라의 최대 강점인 의류 부문을 전략적으로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휠라코리아의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골프 시장에서 한층 강해진 시장 지배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를 한국 기업이 보유함으로써 국가 브랜드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