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휠라코리아, 타이틀리스트 인수]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2~3년 내 매출 2배로 늘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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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휠라코리아 윤윤수 회장은 상기돼 있었다. 20일 독일 아디다스그룹,일본 스미토모고무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큐시네트 인수 계약을 막 성사시킨 터였다. 원래 술을 마시지 않기로 유명한 윤 회장이지만 이날은 한잔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유정헌 미래에셋PEF 대표 등 인수 · 합병(M&A)팀과 서울 강남 JW메리어트호텔에서 만찬을 마친 윤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두산의 밥캣 인수 이후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M&A를 성사시킨 건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3억달러인 아큐시네트의 매출을 2~3년 내에 두 배 이상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디다스 '반독점' 걸렸고, 블랙스톤은 가격 낮아 탈락
타이틀리스트 고급화 유지, 피나클은 대중화 변신
과감한 아웃소싱 통해 가격 경쟁력 갖추겠다
▼어떤 시너지를 노리고 아큐시네트를 인수하게 됐나. "아큐시네트가 보유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약하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포화 시장이다. 새로운 성장 기회는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있다. 한국 골프 시장도 굉장히 빨리 성장하고 있다. 휠라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타이틀리스트의 사업 확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둘째로 휠라는 의류 사업에 강하다. 반면 타이틀리스트는 의류 쪽이 약하다. 이번 인수로 의류 라인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셋째로 아큐시네트는 골프공이나 장갑 등 대부분의 사업에서 1위이지만 클럽에서만큼은 2위에 머물고 있다. 아마추어가 다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좀 더 게임하기 편한 클럽을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
▼어떻게 운영해 나갈 생각인가.
"타이틀리스트는 품질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자사 공장에서만 제품을 생산해왔다. 물론 품질 유지에는 좋지만 시장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불리하다. 과감한 아웃소싱을 통해 고급 제품에서 대중적인 제품까지 제품 라인을 다양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미국시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졌다. 과거에는 한 박스에 60달러를 주고 타이틀리스트 공을 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앞으로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는 미국 공장에서 계속 생산해 품질과 브랜드를 유지하고 피나클 브랜드는 대중화할 계획이다. 이런 전략을 사용하면 아큐시네트 매출을 2~3년 내에 두 배 이상 키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휠라의 기업 가치에는 어떤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는지.
"아큐시네트를 짧게는 3년,길게는 5년 안에 홍콩이나 서울 증시에 상장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재무적인 이익을 볼 수 있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휠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휠라는 과거에 문제가 많은 브랜드였다. 이제는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대단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크로스 보더' M&A를 성사시킨 한국 기업들이 '인수 후 통합(PMI)'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휠라코리아는 이미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한 글로벌 M&A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의 많은 인력과 함께 일해왔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이 '전략적 투자자(SI)'로 휠라를 선정한 것도 우리의 이런 경험을 높게 샀기 때문이다. 앞으로 최소 1년간은 3분의 2 정도를 아큐시네트 본사가 있는 미국 보스턴에 머물 계획이다. 그들과 부딪히면서 장점은 유지하고 단점은 고칠 계획이다. 그 이후에는 거리를 두면서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할 것이다. "
▼이번 인수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이명박 정부의 굉장히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가 세계의 유수한 기업들을 M&A하는 것이었다. 그런 국가 정책과 맞는 일을 했다는 점에서 일단 자부심을 갖는다. 한국이 글로벌화하고 한국인들이 진정한 세계인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로는 미국 사회가 한국을 보는 시각을 변화시킬 것으로 본다. 미국의 상징적인 브랜드를 한국 기업이 인수했다는 점에서다. 마지막으로 골프는 이미 한국의 국가 스포츠가 됐다. 최경주,박세리,신지애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런데 아직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한국 기업은 없었다. 이번 타이틀리스트 인수가 한국 골프 발전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와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아디다스의 경우 테일러메이드를 보유하고 있어서 반독점 문제가 있었다.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데 9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사업부문이 중복돼 현 경영진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블랙스톤은 제시한 인수가격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 · 휠라 컨소시엄의 경우 반독점 문제가 아디다스에 비해 덜했고 가격도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미래에셋PEF와의 팀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 미래에셋과는 과거 휠라 본사 인수 때도 호흡을 맞췄다. 그때의 '팀워크'가 이번에 진가를 발휘했다. "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