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국굴기'와 경제총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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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중국의 CCTV가 제작한 '대국굴기(大國?b起)'라는 다큐멘터리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국내 TV에서도 여러 차례 방영됐고,같은 제목의 책도 베스트셀러였다. 근대 이후 강대국으로 부상했던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일본,미국 등 9개국의 역사와 이 나라들이 세계를 호령하는 대국으로 발돋움할 때까지의 과정과 성공 패러다임을 조명한 명품 역사 다큐물이었다. '굴기'란 우리말로 '솟구치며 우뚝 일어서다'라는 뜻이다.
전체 12부작 중 네덜란드 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네덜란드 이외의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자연환경과 인구 규모 등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7세기의 네덜란드는 국토의 3분의 1이 수평선 아래에 있는 거친 환경을 가진 인구 150만명의 소국이었다. 이런 작은 나라가 경제의 중심이자 세계를 호령한 해상 강국이 된 극적인 스토리는 비슷한 여건을 가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철한 상업정신과 독특한 청어 손질법을 개발해 영국과의 시장경쟁에서 승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끊임없는 기술 혁신의 노력이 소국 네덜란드를 '강대국'으로 '굴기'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마지막 편은 미국이었다. 일천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지만 인류를 지배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인 민주주의를 만들어 국가와 사회를 체계적으로 운영한 데서 미국이 세계 최대 강국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미국을 '천재들이 만들어서 바보라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나라'라고 부른다. 미국은 근대국가로는 최초로 1790년 이미 센서스를 시작했다. 건국한 지 15년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체계적인 인구조사는 국가 시스템의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필수조건이다. 1810년 3회 센서스부터는 인구 외에 경제 관련 항목이 추가됐다. 경제센서스의 효시다.
경제센서스는 오늘날 인구센서스와 함께 선진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규모 통계조사다. 나라 전체의 경제 및 산업구조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통계이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6월24일까지 우리나라도 경제총조사를 실시한다. 올해가 처음이고 앞으로 5년마다 실시할 계획이다. 기존의 산업총조사와 서비스업총조사 등 각각 다른 시기에 분리해 실시해 온 조사들을 통합하고 농림어업,건설업,운수업 등을 포함해 여기에 속해 있는 모든 사업체를 같은 시기에 동일한 기준으로 파악하는 전수조사다. 국내에 있는 약 330만개 사업체가 조사 대상이며,2만2000여명의 조사원이 사업체를 직접 방문해 조사한다.
역사 속에서 강대국이 세계를 호령할 때 지도는 충실한 동반자이자 나침반 역할을 했을 것이다. 통계조사는 일종의 지도를 만드는 일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밝게 비추고 이 땅의 모든 경제 주체가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정밀한 경제 및 산업지도를 만드는 이번 경제총조사에 조사 대상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바란다.
이인실 < 통계청장 insill723@korea.kr >
전체 12부작 중 네덜란드 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네덜란드 이외의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자연환경과 인구 규모 등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7세기의 네덜란드는 국토의 3분의 1이 수평선 아래에 있는 거친 환경을 가진 인구 150만명의 소국이었다. 이런 작은 나라가 경제의 중심이자 세계를 호령한 해상 강국이 된 극적인 스토리는 비슷한 여건을 가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철한 상업정신과 독특한 청어 손질법을 개발해 영국과의 시장경쟁에서 승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끊임없는 기술 혁신의 노력이 소국 네덜란드를 '강대국'으로 '굴기'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마지막 편은 미국이었다. 일천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지만 인류를 지배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인 민주주의를 만들어 국가와 사회를 체계적으로 운영한 데서 미국이 세계 최대 강국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미국을 '천재들이 만들어서 바보라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나라'라고 부른다. 미국은 근대국가로는 최초로 1790년 이미 센서스를 시작했다. 건국한 지 15년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체계적인 인구조사는 국가 시스템의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필수조건이다. 1810년 3회 센서스부터는 인구 외에 경제 관련 항목이 추가됐다. 경제센서스의 효시다.
경제센서스는 오늘날 인구센서스와 함께 선진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규모 통계조사다. 나라 전체의 경제 및 산업구조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통계이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6월24일까지 우리나라도 경제총조사를 실시한다. 올해가 처음이고 앞으로 5년마다 실시할 계획이다. 기존의 산업총조사와 서비스업총조사 등 각각 다른 시기에 분리해 실시해 온 조사들을 통합하고 농림어업,건설업,운수업 등을 포함해 여기에 속해 있는 모든 사업체를 같은 시기에 동일한 기준으로 파악하는 전수조사다. 국내에 있는 약 330만개 사업체가 조사 대상이며,2만2000여명의 조사원이 사업체를 직접 방문해 조사한다.
역사 속에서 강대국이 세계를 호령할 때 지도는 충실한 동반자이자 나침반 역할을 했을 것이다. 통계조사는 일종의 지도를 만드는 일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밝게 비추고 이 땅의 모든 경제 주체가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정밀한 경제 및 산업지도를 만드는 이번 경제총조사에 조사 대상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바란다.
이인실 < 통계청장 insill723@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