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가업승계 좌담회] "가업승계, 상속세 유예·분할납부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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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80% "상속·증여세 과중"…세금 내려고 주식 다 팔아서야
中企 稅혜택 요건 대폭 완화를
창업자·후계자간 소통 부재, 막연한 불안감·불신도 커져
2세 역량 키울 프로그램 마련을
가업 승계가 중소기업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 기업의 유지 · 존속 문제에 그치지 않고 고용 및 경제 활성화,수출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독일 일본 등이 세제 지원 등 다양한 가업 승계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편견 탓에 걸림돌이 많다. 정부의 세제 지원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소기업주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은 남궁 덕 중기과학부장의 사회로 임충식 중소기업청 차장,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조준희 기업은행장,김기찬 가톨릭대 교수(중소기업학회장)와 함께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 방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가업 승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가업 승계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김기문 회장=산업화가 본격화된 1960,1970년대에 창업한 중소기업들이 가업 승계의 숙제를 안고 있다. 고령화된 창업자들이 2세에게 회사를 물려줘야 할 시점이다. 원활한 가업 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김기찬 교수=일본은 1960년대 연평균 9.1% 성장했지만 1970~1980년대는 4.5%,1990년대는 0.8%,2000년대는 0.4%로 성장률이 추락했다. 일본의 기업 수 감소 추세와 일치한다. 기업 고령화가 일본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킨 것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175만개의 중소기업 일자리가 위협받게 되면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준희 행장=국내 중소기업의 24%는 가업 승계를 진행 중이고 45%는 승계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가업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현행 세법으로는 가업 승계가 불가능하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가업 승계 관련 애로사항을 조사했더니 상속 · 증여세 등 조세부담이 과중하다는 응답이 80%에 달했다. ▼임충식 차장=가업 승계는 제2의 창업이다. 2세가 가업을 물려받아 새로운 창업을 한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다양한 창업 지원제도와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인터넷사이트 운영,순회 설명회,다큐멘터리 등으로 가업 승계가 국가 경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노력도 하고 있다.
▼사회=가업 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세제 문제를 풀 묘안은 없나.
▼김 교수=가업 승계 지원을 기업 경영을 독려하는 인센티브라는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독일 정부는 고용창출을 조건으로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가에게 과중한 세부담을 지울 경우 기업가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 ▼조 행장=독일은 가업 승계 이후 7년간 고용을 100% 유지하면 상속세 100%를 면제해주고 있다. 일본은 비상장 중소기업에 한해 5년간 지분을 유지하면 증여세를 전액 유예해준다.
▼김 회장=가업 승계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이 세금을 못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도의 유연성을 살려 달라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가업 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후계자가 상속세를 낼 돈을 마련하려면 부득이하게 물려받은 주식을 팔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회사 주인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받은 주식을 매각할 때 세금을 내도록 납세 시점을 유예해주거나 승계 이후 일정 시점부터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임 차장=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가업 승계 지원제도에 비해 미흡하다는 것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세부담 완화는 앞으로 계속 풀어가겠다. 엄격한 승계 요건에 대한 개선 요구도 받고 있다. 업력 10년 이상인 기업이 세제 혜택 대상이지만 이 요건에 맞는 중소기업은 전체의 44%에 불과하다. 앞으로 관계기관과 협의해 요건을 완화하겠다. ▼사회=창업자와 후계자 간 세대갈등 등 가업 승계와 관련된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 회장=1,2세대 간 세대갈등과 소통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다. 창업세대들은 후계자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고 후계자들은 창업세대의 경영방식이 구닥다리라고 여긴다. 부모와 자식 사이지만 대화가 거의 없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회=장수기업 연구도 필요할 것 같다.
▼김 교수=국내 학계에서는 장수기업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 이런 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통해 가업승계의 중요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이다.
▼조 행장=학계,정계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하게 논의가 이뤄져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가업 승계가 활발해야 명문 장수기업들이 많아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 참석자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임충식 중소기업청 차장
정리=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