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시장개입 부메랑, 중국의 전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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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동부 저장성 타이저우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저장정스기계.요즘 일주일에 사흘은 공장을 놀리고 있다. 주문이 줄어서가 아니다. 제한송전 탓이다. 인근 발전소에서 일주일에 하루 전력을 끊겠다는 통지를 받은 게 3월.제한송전 기간은 지난달 일주일에 2일로,이달부터는 3일로 늘었다.
중국 31개 성과 시 가운데 제한송전이 이뤄지는 지역은 저장을 비롯 장쑤 광둥 후난 안후이 귀저우 장시 허난 충칭 등 10곳을 웃돈다. 중국 언론들은 "전력난은 매년 발생하지만 올해는 일찍 찾아왔다"며 '뎬황(電荒,극심한 전력부족)'이라고 보도한다. 올 여름 전력부족 규모는 4000만?i에 달할 전망이다. 인구 3100만여명인 중국 최대 도시 충칭시 3개가 소비하는 수준이다. "올해 중국은 2004년 이후 최악의 전력난에 직면했다"(중국전력기업연합회)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전력난은 왜 발생했을까. 가뭄으로 수력발전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올 들어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 전력수요가 늘어났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 제한송전 타깃이었던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전력사용이 다시 늘어난 것도 전력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전기료 규제다. 중국 내에서도 "계획경제 수단으로 시장을 규제한다"(중국석탄운송연합회)는 비판이 나올 만큼 전력시장의 수급을 왜곡시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화력 발전소의 가동률이 40%에 불과하다"(베이징청년보)는 보도는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 중국 전력의 70%는 화력발전에서 나온다. 화력발전소 대부분은 국영기업이 운영한다. 이들이 공산당의 지시에 겉으론 풀가동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도 시설의 60%를 놀리는 건 전력을 생산할수록 손실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화넝 등 중국 5대 국영 전력생산그룹은 올 들어 4월까지 화력발전 사업에서 105억위안(1조75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억위안 늘어났다. 발전소들이 시설 점검 등을 핑계로 발전량을 줄이는 이유다.
발전소 손실이 늘어나는 건 원료인 석탄가격이 급등하는데 전기료는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전기료는 자본주의 국가들도 규제한다. 문제는 그 정도다. 중국에서 석탄가격 변동치를 전기료에 연동하는 제도를 2004년 도입했음에도 석탄가격은 150% 뛰었지만,전기료는 32%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석탄가격의 변화를 정부가 통제하는 전기료가 제때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인민일보는 이를 두고 "시장의 석탄과 계획의 전력 사이에 생긴 모순"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전기료 규제에 집착하는 건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1989년 톈안먼 사태의 배경 중 하나가 물가 급등에 따른 사회불안이라는 사실은 공산당으로 하여금 인플레이션 발생 요인에 과민 반응토록 한다.
문제는 전기료에 대한 과도한 규제의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전력난 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가격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시장의 순기능도 잃게 만든다. 전기료 인상은 에너지 낭비업체를 도태시킴으로써 전력자원이 낭비되는 걸 막는다.
과도한 시장개입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초과이익공유제와 휘발유 가격 인하 요구 등처럼 시장의 기능에 반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한국의 당정 관계자들이 중국 전력난에서 읽어야 할 대목이다.
오광진 국제부장 kjoh@hankyung.com
중국 31개 성과 시 가운데 제한송전이 이뤄지는 지역은 저장을 비롯 장쑤 광둥 후난 안후이 귀저우 장시 허난 충칭 등 10곳을 웃돈다. 중국 언론들은 "전력난은 매년 발생하지만 올해는 일찍 찾아왔다"며 '뎬황(電荒,극심한 전력부족)'이라고 보도한다. 올 여름 전력부족 규모는 4000만?i에 달할 전망이다. 인구 3100만여명인 중국 최대 도시 충칭시 3개가 소비하는 수준이다. "올해 중국은 2004년 이후 최악의 전력난에 직면했다"(중국전력기업연합회)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전력난은 왜 발생했을까. 가뭄으로 수력발전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올 들어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 전력수요가 늘어났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 제한송전 타깃이었던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전력사용이 다시 늘어난 것도 전력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전기료 규제다. 중국 내에서도 "계획경제 수단으로 시장을 규제한다"(중국석탄운송연합회)는 비판이 나올 만큼 전력시장의 수급을 왜곡시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화력 발전소의 가동률이 40%에 불과하다"(베이징청년보)는 보도는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 중국 전력의 70%는 화력발전에서 나온다. 화력발전소 대부분은 국영기업이 운영한다. 이들이 공산당의 지시에 겉으론 풀가동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도 시설의 60%를 놀리는 건 전력을 생산할수록 손실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화넝 등 중국 5대 국영 전력생산그룹은 올 들어 4월까지 화력발전 사업에서 105억위안(1조75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억위안 늘어났다. 발전소들이 시설 점검 등을 핑계로 발전량을 줄이는 이유다.
발전소 손실이 늘어나는 건 원료인 석탄가격이 급등하는데 전기료는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전기료는 자본주의 국가들도 규제한다. 문제는 그 정도다. 중국에서 석탄가격 변동치를 전기료에 연동하는 제도를 2004년 도입했음에도 석탄가격은 150% 뛰었지만,전기료는 32%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석탄가격의 변화를 정부가 통제하는 전기료가 제때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인민일보는 이를 두고 "시장의 석탄과 계획의 전력 사이에 생긴 모순"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전기료 규제에 집착하는 건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1989년 톈안먼 사태의 배경 중 하나가 물가 급등에 따른 사회불안이라는 사실은 공산당으로 하여금 인플레이션 발생 요인에 과민 반응토록 한다.
문제는 전기료에 대한 과도한 규제의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전력난 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가격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시장의 순기능도 잃게 만든다. 전기료 인상은 에너지 낭비업체를 도태시킴으로써 전력자원이 낭비되는 걸 막는다.
과도한 시장개입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초과이익공유제와 휘발유 가격 인하 요구 등처럼 시장의 기능에 반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한국의 당정 관계자들이 중국 전력난에서 읽어야 할 대목이다.
오광진 국제부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