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블로그] 계약기간 지난 렌터카 원격으로 시동 꺼…사물끼리 통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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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사물통신'동화에서는 동물이 말을 하고 식물도 말을 한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람처럼 말을 한다. 집이나 빗자루와 같은 사물이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동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사물끼리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물통신 시대'가 열리고 있다. 가로등 교량 택시 등이 의사를 표현하고 말귀를 알아듣는 시대가 오고 있다.
가로등 자동으로 켜지고 콜택시 위치 확인 후 배차
性범죄자 전자발찌 감시권 이탈땐 바로 신호
올 200만회선 가입 예상…서비스품질이 사업 관건
예를 들면 이렇다. 대낮에 서울 서쪽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깜깜해졌다. 자유로변 센서들이 이걸 감지하고 일제히 중앙 컴퓨터에 알린다. "갑자기 깜깜해졌다. " 중앙 컴퓨터는 어느 구간인지 파악해 해당 구간 가로등에 "불을 켜라"고 지시한다. 컴퓨터 관리자가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자유로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따지고 보면 사물통신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사물에 전화번호나 인터넷주소를 부여하고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이게 바로 사물통신이다. 사물통신이 확산되면 사람과 사물,사물과 사물 간 통신이 가능해 언제 어디서나 각종 사물을 최적으로 원격관리할 수 있다.
◆차량 관리에는 사물통신이 최고
차량 위치추적에도 사물통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콜택시다. 전에는 콜택시를 타면 TRS(주파수공용통신) 소리 때문에 시끄러웠다. 이 문제는 사물통신을 도입하면서 해결됐다. 나비콜 등 콜택시 회사는 사물통신을 도입해 자사 택시의 위치를 확인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택시에 자동으로 배차하고 있다. 렌터카업계는 "언페이드 고객"(기한이 지나도 반납하지 않고 계속 차를 굴리는 고객) 관리에 사물통신을 활용한다. 렌터카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내장한 사물통신 단말기를 부착해 고객이 차를 반납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면 원격으로 시동을 끄고 위치를 파악해 수거한다. 렌터카를 무단으로 굴리다가는 오지에 갇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시내버스 회사들은 사물통신 기술을 적용한 버스관리 시스템(BMS)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앞뒤 버스의 간격을 한눈에 알 수 있고 운전사의 운전습관(급출발 · 급가속 · 급정거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시내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버스에 단말기를 부착해 활용할 수 있다.
◆위치추적 · 기상관측 등에도 활용법무부는 성범죄자 위치추적에 사물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성범죄자 발목에 전자발찌를 채우고 외출할 땐 휴대용 통신장비를 소지하게 한다. 집에는 재택장비가 있다. 발찌와 재택장비가 멀어지면 보호감독관한테 '외출' 신호가 간다. 이동경로는 휴대용 통신장비를 통해 추적한다. 감시권역을 이탈하면 보호감독관에게 바로 연락이 간다.
산림청은 산불 감시에 사물통신을 활용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산불감시원들에게 통신 기능과 GPS를 탑재한 로케이터를 지급해 순찰 현황을 원격으로 파악한다. 산불이 발생해 감시원이 로케이터 버튼을 눌러 신고하면 산림청 컴퓨터에 위치가 표시된다. 산불을 진화할 때는 감시원들의 위치를 파악해 지시를 내린다.
기상청은 기상관측에 사물통신을 적용하고 있다. 전국 600여곳에 강우량,풍향,풍속,온도 등을 측정하는 지상관측센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작년 말부터 사물통신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에는 산간벽지 데이터는 위성으로 수집했는데 날씨가 궂을 땐 통신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사물통신으로 전환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동탄신도시에 적용한 U시티도 사물통신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사물통신 기술이 발달하면 도시의 각종 시설물을 사물통신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 어느 지역에 소음이 심한지 확인할 수 있고,교량 고가도로 등의 안전에 이상이 생겼는지도 점검할 수 있다. U시티에 대해서는 중국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리스크가 큰 게 걸림돌
방송통신위원회는 사물통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9년 말 '사물통신 기반구축 기본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확보한 사물통신 가입자는 160만 회선쯤 된다. 연말께에는 200만 회선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사물통신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애로사항이다. 사물통신 서비스는 리스크가 크다. 비닐하우스에 센서를 설치해 온도 · 습도 등을 원격으로 점검할 때 시스템에 고장이 발생해 농작물이 말라 비틀어진다거나,독거노인에게 채워준 단말기가 고장나 쓰러진 상황에서도 경고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서비스 사업자가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다. 그래서 사물통신은 무엇보다 서비스 품질이 중요하다.
김광현IT전문기자 blog.hankyung.com/kim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