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CEO 경영교실] 깐깐해진 소비자, 기업 내면까지 들여다본다

사회적 소비자의 6가지 속성
최근 사회의식이 높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을 무시하고도 무사할 수 있는 기업이나 브랜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이키는 인도네시아,태국,중국 하청공장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고,고객들에게 제작과정을 공개하며 개선하는 힘든 작업을 벌였습니다. 식품기업인 네슬레도 초콜릿 원료인 팜오일을 구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한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되면서 곤욕을 치렀습니다. 결국 팜오일을 수급하는 프로세스를 새롭게 다듬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최종상품이 아닌 상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관심을 갖고,필요한 경우엔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단순하게 최종 완제품,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서 제품이 나오고 그 제품을 알릴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사회적 소비자들의 6가지 중요한 속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환경친화적이고 깐깐한 감시자

첫 번째 속성은 친환경(green)입니다. 이들은 기업이 환경을 여러 과정과 측면에서 얼마나 고려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기서의 환경이란 원재료의 환경 친화에서부터 생산시설,포장재,임직원들의 환경 관련 활동,환경 단체에 기부하기 등 포괄적인 개념을 뜻합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소비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위해서 개인의 가치를 희생하겠다'고 답했으며,'값이 비싸더라도 친환경 상품을 구입하겠다'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는 깐깐함(inquisitive)입니다. 예전의 소비자들은 제품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주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소비자들은 꼬치꼬치 캐묻고 기업에서 얘기해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광활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이 감추고 싶은 것까지 알아내기도 합니다. 나이키와 스타벅스가 하청생산 공장의 노동조건,커피의 원재료 재배 및 교역 과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된 데에는 이런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사회정의와 평등을 중시

세 번째는 이상주의(idealistic)입니다. 이들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최소한 자신에게 아주 큰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는 경제적인 성과보다 사회적인 정의와 평등을 중시합니다. 1960년대 히피들의 속성 중에서 쾌락주의를 배제하고 공동사회의 이상을 추구하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탄탄한 경제력이 뒷받침된 상태에서의 위선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설사 그것이 위선에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기업 측면에서 그 위선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평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지도 모릅니다. 네 번째는 세계인(global)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나이키 하청공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노예 노동과 같은 작업 환경에서 재배되고 밀수조직에 의해 공급되던 스타벅스 커피의 원재료 공급 문제는 세계 구석구석에 대한 지식과 여행경험,깐깐하게 의문을 던졌던 소비자들이 없었다면 제대로 부각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선진국 출신의 글로벌 여행객들로 불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해외에 이식하는 데 주력한 반면,이들은 각양각색의 문화를 섭취하고 나름의 문화 향유 양식을 만들어 냅니다.



◆기업의 정직성까지 들여다 봐

다섯 번째는 비판인(critical)입니다. 뭔가 문제를 숨기려 하는 기업들에 이들은 정부 기관보다도 무서운 존재입니다. 소비자들의 항의에 모르쇠나 떠넘기기로 버티다가 결국 7만대에 가까운 차량을 리콜하게 된 어느 자동차 회사처럼 사회적 소비자의 특성을 간과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입니다. 이들은 세심하면서 비판적이고,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마지막 속성은 진정성(authentic)입니다. 필립모리스는 2001년 사회공헌에 1억2500만달러를 썼다고 합니다. 이 중에는 코소보의 난민촌에 자회사 중 하나인 식품회사 크라프트의 식료품을 5t 이상 나눠준 비용도 들어 있습니다. 식료품 박스에 선명하게 박힌 크라프트 로고를 보여주는 장면 등 사회공헌 활동을 알리기 위해 쓴 광고비용이 1억50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필립모리스는 역풍에 시달렸고 광고도 황급히 내려야 했습니다. 사회적 소비자들은 기업의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그 내면의 정직성과 본질에 더 큰 가치를 둡니다. 그리고 주장 이면의 모순과 거짓을 잘 집어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사회적 소비자들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의 현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러분 기업의 사회지수는 어떤지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