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株, 파업 '된서리'…유성기업은 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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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5% 안팎 급락…유성 '존재감' 부각으로 급등
파업 장기화 땐 실적에 타격
'유성기업 쇼크'가 증시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주를 덮쳤다.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라인을 세웠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23일 현대차는 5.39%(1만3000원) 하락한 22만8000원을 나타냈다. 기아차 역시 4.69% 떨어졌다. 자동차 부품주에서도 현대모비스가 3.14%(1만1000원) 하락해 33만9000원까지 밀린 것을 비롯해 현대위아(-5.0%),대유에이텍(-5.66%),성우하이텍(-6.32%)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악재를 몰고온 유성기업은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파업으로 '존재감'을 알렸다는 것이 이유다. ◆파업 24일 넘기면 주가에 중장기 타격
자동차주는 올 들어 화학주와 함께 국내 증시를 주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유성기업 파업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관건은 파업 기간이다. 파업이 1주일 이상 장기화될 경우 국내 자동차 및 부품 기업 전반의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중 경차와 소형차를 제외한 모든 모델이 파업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며 "상대적으로 파업에 따른 타격이 작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GM과 르노삼성도 부품 재고량이 4~7일에 불과해 유성기업 파업이 이번주를 넘기면 모든 부품업체들의 실적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파업은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는 분석이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판매는 당장 24일 이후부터 생산 감소에 따른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며 6월부터는 해외 판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파업이 24일까지 마무리된다면 타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1분기 유성기업의 가동률이 83%에 그쳤던 만큼 조업 재개 후 공장 가동률을 100%로 올리면 부품 품귀는 조기에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연구원은 "주가에 악재는 분명하지만 자동차주 전반에 대한 여파는 좀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성기업 미스터리'악재를 몰고온 유성기업이 증권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시가총액 782억원의 회사이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를 멈춰 세우는 '저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성기업은 이날 상한가로 치솟아 3015원에 마감됐다. 생산 중단을 발표한 지난 19일 급락분 280원(9.93%)을 모두 되찾으면서 지난달 18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했음에도 만도나 현대모비스 한라공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가 뒤늦게 존재 가치가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성기업의 재무구조는 특이하다. 매출은 2009년 1646억원에서 작년 2299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에서는 오히려 49억원 적자를 냈다. 순이익은 119억원을 기록했다. 재무제표 상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비슷한 규모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지난해에 모두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며 "유성기업도 매출이 크게 뛰었다는 점에서 회사 자체의 문제보다는 완성차 업체들의 단가 인하 압력에 대비해 과도하게 몸을 사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리서치 역량도 도마에 올랐다. 유성기업 파업이 보도된 것은 19일이었음에도 파업 여파를 분석한 리포트는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할 때까지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성기업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최근 자동차보다는 조선 부품 관련 투자를 늘려 자동차 부품주로서는 조명을 덜 받았다"며 "재무제표 상으로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를 투자자들에게 추천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