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위기, 스페인-伊 전이 조짐 완연

유로 위기의 시발점인 그리스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의 압박에 밀려 뒤늦게 '허리띠 더 졸라매기'에 나선 가운데 역내 선진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 및 벨기에도 재정 위기에 흔들리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금융시장이 우려해온 위기 전이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로이터와 파이낸셜 타임스는 24일 유로 위기로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면서 금융시장이 걱정해온 전이가 마침내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런던 소재 채권 거래인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스페인은 (유로 재정 위기에서) 디커플링돼 있다는 판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스페인 국채 투매가 시작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채권시장을 또다시 크게 흔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와 유로 채권시장 가늠자인 독일 국채(분트) 같은 만기물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가 23일(이하 현지시각) 한때 261베이시스포인트(1bp=0.01%)까지 치솟아 지난 1월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그만큼 스페인 국채 투자를 불안하게 본다는 얘기다. 이탈리아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 21일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충격으로 10년 만기 국채 스프레드가 23일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폭인 186bp까지 한때 벌어졌다. S&P는 이탈리아가 절대 규모의 채무가 유로권에서 가장 많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로마측이 그리스와 아일랜드 및 포르투갈처럼 EU와 IMF에 구제의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왜냐하면 채무가 엄청나기 때문에 구제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S&P는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이탈리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로마 당국이 2013-2014회계연도에 재정 적자를 350억-400억유로 줄이는 방안을 내달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탈리아가 이런 긴축 계획을 통해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계산이라면서 그러나 시장에 먹혀들지는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든버러 소재 RIA 캐피털의 닉 스타멘코비치 채권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에 "유로 위기가 이제는 스페인으로부터 이탈리아로까지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짐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가 그리스, 아일랜드 및 포르투갈에 비해서는 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켓워치는 그러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도 안정적이지 못함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이것이 이들 국가의 향후 재정 개선 전망을 어둡게하는 또다른 부담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두 나라 국채 부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가 5년 만기 스페인 국채의 경우 23일 277bp로 앞서 보다 16bp 높아졌으며 같은 만기 이탈리아 국채 역시 15bp 상승해 176bp가 된 점을 마켓워치는 상기시켰다. 그만큼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벨기에까지 신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피치는 현재 최고 등급 바로 밑인 AA+를 부여하고 있는 벨기에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출 수 있다면서 재정적자 감축에 실패할 경우 실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유로권 선진국들인 스페인, 이탈리아 및 벨기에까지 흔들리는데 대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의 채권 전략가 존 래스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등산가들이 하나의 밧줄에 묶여 절벽에 매달려있는 형국"이라면서 따라서 "그리스가 추락하면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함께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이처럼 유로 위기 전이 조짐이 완연해지면서 유로 가치도 크게 약화돼 23일 달러에 대해 1.3968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1.4대가 무너지면서 지난 두달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유로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환시장이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로 위기 전이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23일 장 후반에 소폭이나마 반락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그리스, 아일랜드 및 포르투갈 국채 수익률은 이들 3국이 결국 채무를 구조 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시장 전체 분위기를 계속 암울하게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AP는 S&P가 이탈리아 신용 전망을 떨어뜨린데 반해 무디스와 피치는 23일 이탈리아 신용 전망을 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는 대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무디스의 경우 이탈리아에 최고 등급보다 3단계 낮은 Aa2를, 피치는 4단계 아래인 AA-를 각각 부여하고 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