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헤지펀드 시대] (2) 3년 내 42조 시장 형성…증권사, 해외 전문업체와 제휴

(2) 투자의 흐름이 바뀐다
금융당국이 연내 도입하기로 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자본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3년 안에 42조원이 헤지펀드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단숨에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액(90조7000억원)의 절반을 빨아들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헤지펀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머니 무브 본격화될 것"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통화 파생상품 등 자산에 대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하도록 설계된 만큼 안정된 수익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반대로 편입 자산 및 운용 전략에 제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위험성도 크다.

김형돈 우리투자증권 프로덕트 이노베이션 팀장은 "헤지펀드 도입 초기 20~25개 정도의 펀드가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규모는 2조~3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기에는 연 · 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의 금융상품 투자 자금 중 일부가 이동할 전망이다. 1인당 최소가입액(5억~10억원) 규정 때문에 개인들의 자금 이동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입 2~3년 뒤 국내 헤지펀드들의 운용 경력이 쌓이면 시중자금이 헤지펀드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가 본격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헤지펀드 제도 도입 3년 내 기관투자가와 거액 자산가들이 일임형랩 투자자문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등 대체 투자상품에 묻어놓은 자금 중 10%(42조원)가량을 헤지펀드로 옮길 것"으로 예상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전 세계 거액 자산가의 금융자산 중 헤지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한다"며 "국내에서 거액 자산가의 니즈(수요)를 충족할 만한 금융상품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헤지펀드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시장 선점 노리는 증권사

헤지펀드 도입을 위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증권사다. 증권사들은 프라임 브로커리지나 헤지펀드 운용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자기자본이 40억~80억원인 기관투자가들이 일정 수의 전문인력을 갖추면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 헤지펀드 시장이 3년 내 42조원 규모로 성장하면 헤지펀드에 자금 대여,청산 결제,펀드 관리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에서 발생하는 수익만 연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사들은 사내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는 한편 글로벌 헤지펀드운용사들과 전략적 제휴도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은 지난해 각각 대안투자 전문회사인 영국 MAN인베스트먼트,미국 밀레니엄파트너스 등과 제휴를 맺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