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개인 예금으로 대출재원 확대…기업금융 넘어 소매금융 '정조준'

기업은행 심층분석
성병수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돕기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으로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신채널의 특수성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특수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부가 보유한 기업은행 보통주는 발행주식 5억4600만주 가운데 3억7458만주(지분율 68.6%)이며,정부 산하 국책은행인 정책금융공사(1.9%) 및 수출입은행(1.6%) 지분까지 합치면 범정부 보유 지분율은 72.1%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정책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중금채 발행한도는 자기자본의 20배까지로 높게 정해져 있어 다른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업은행의 순자산이 약 10조5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중금채 발행만으로 2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금융채를 통한 자금조달 한도가 자기자본의 5배인 것과 비교해볼 때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자금조달 측면의 장점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작년 4월부터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중금채를 통한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손쉬운 자금 조달에 의존하다 보니 소매금융 부문의 경쟁력이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상당히 취약한 면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매금융 강화를 추진해 온 기업은행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취약한 창구조달 역량 강화를 주된 전략과제로 설정,개인고객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IBK졸업준비적금''IBK급여통장''IBK스타일플러스카드' 등의 상품을 출시한 것은 기업금융에서 선도적 자리를 점한 기업은행이 개인금융 부문에서도 경쟁력 강화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쏠림' 극복 위한 다양한 노력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설립목적에 따라 전체 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을 7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2011년 1분기 기준 중소기업 대출비중은 78%에 달하는 반면 일반가계는 20.1% 선이다.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비중이 40~50%인 것과 비교하면 고객층이 중소기업에 편중돼 있는 셈이다.

이런 편중현상으로 인해 고객과의 접점인 점포의 입지도 대부분 도심에서 벗어나 있다. 공단 지역에 기업이 생길 때마다 따라가다 보니 600여개 지점 대부분이 도심에서 벗어나 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기본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균형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신처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균형성장을 위해 지난 3월부터 개인 고객 1000만명 유치전에 돌입했고 이달 13일 1000만명을 넘어 목표를 달성했다.

개인고객 1000만명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우선 '중소기업 전담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개인고객도 드나드는 '보통 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또 크게 증가한 개인고객으로부터의 수신을 바탕으로 중금채 의존도를 줄일 수 있어 안정적인 여신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국내 시장에 치우친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과제 달성을 위해 지난 9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분행(영업본부)을 열었다. 이로써 톈진 옌타이 칭다오 등에 이어 중국에서만 8개 분행을 운영 중이고,중국 연안 · 동남아벨트를 구축하게 됐다. 기업은행은 우선 국내에서 쌓은 기업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광둥성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과 현지 중국 및 외국계 중소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점차 개인으로까지 영업기반을 확장할 방침이다. 또 중국에 그치지 않고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인도 · 말레이시아 ·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 진출도 계획 중이다.

◆개인금융 강화로 '체질 개선' 주목

기업은행이 기업금융부문의 강점을 유지하며 개인금융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성공한다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대출재원을 중금채 등에 의존하던 데서 예금 중심의 창구 조달로 확보하면 새로운 방식의 영업을 본격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보다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해주는 한편 가계대출도 증가시켜 편중된 대출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체질 개선에 성공한다면 4대 금융지주와 개인고객 영업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우리금융지주와 산업은행 다음으로 거론되는 민영화 대상이다. 따라서 민영화로 퇴색하게 될 특수은행으로서의 장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금조달 채널의 다양화는 중금채 발행이라는 고유 수단을 통해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조달해 온 기업은행에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민영화가 되면 중금채 발행이 불가능해지고,은행채권 발행 한도도 시중은행과 동일한 규모로 축소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수신채널의 다양화뿐 아니라 균형적인 여신구조의 확보도 민영화를 준비하는 기업은행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실적을 보면 51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대손충당금이 줄어든 효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개선된 실적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담이 크지 않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중소기업의 연체율도 안정되고 있어 꾸준한 실적개선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양호한 대출성장세와 안정적인 마진 확보 등으로 대내외 영업환경도 우호적이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보유지분에 대한 매각 이슈로 주가가 2만원 문턱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만3000원대까지 상승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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