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窓] 규슈 비즈니스는 소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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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환 KOTRA 후쿠오카 센터장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 술은 윤활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술자리까지 같이 하면 쉽게 일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 매뉴얼대로 사는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규슈(九州) 사람들은 우리나라 경상도와 기질이 비슷해 혼슈(本州)사람보다 시원시원하고 술도 더 좋아한다. 그래서 규슈에서는 거래처 간 술자리가 잦은 편이다.
일본 술이라고 하면 니혼슈(日本酒)가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케'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사케는 술을 총칭하는 일본어로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이다. 니혼슈는 쌀을 원료로 만든 증류주로 일본 전역에서 즐겨 마신다. 니혼슈가 일본 술의 대표선수라고 하지만,규슈로 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규슈에서는 니혼슈보다는 소주를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일단 술자리에 앉으면 생맥주부터 시키기는 것이 통례다. 한 잔씩 마신 뒤 다음 차례가 혼슈에서는 니혼슈라면,규슈에서는 소주다. 따라서 규슈에서 바이어들과 술자리를 갖는다면 반드시 소주를 마시게 된다. 물론 자기만 배짱 좋게 다른 술을 따로 주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규슈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는 소주를 알면 그만큼 편하고,쉽게 바이어들과 친해질 수 있다.
규슈에서 생산되는 소주만 4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마을마다 제각각 대표 소주가 있는 셈이다. 원료도 고구마,보리,쌀 등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고시마 고구마로 만든 사쓰마 이모 소주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종류가 많은 것을 보면 규슈 사람들의 소주 사랑을 알만도 하다.
소주라고 하지만 한국의 소주와는 다르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우리 소주는 희석주이지만,일본의 소주는 증류주다. 도수도 25도가 기본이고 40도에 달하는 것도 있다. 우리 소주는 아무 것도 섞지 않고 술만 마시지만,일본 소주는 대개 물을 타서 마신다. 일본 소주를 마시는 방법은 섞는 물에 따라 크게 로크,미즈와리,오유와리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로크는 우리가 위스키 언더록을 마시는 것과 같이 얼음만 넣어 마시는 것이고,미즈와리는 얼음과 함께 찬 물을 넣어 더욱 연하게 만들어 마시는 방법이다. 오유와리는 뜨거운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이다. 이 중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미즈와리다. 추운 겨울에는 오유와리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물과 섞어 마시기 때문에 일본 소주를 마실 때는 매번 제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조 당번은 대개 그 자리의 말석에 앉은 사람이 맡는다. 로크,미즈와리,오유와리로 각기 마시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제조 당번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이를 확대해 생각해 보면 다른 나라 사람이 자기네 문화를 이해해 준다면 마음을 열게 돼 있다. 이해의 수준을 넘어 같이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규슈 사람들과 사귀는 데 있어 소주만큼 좋은 소재도 없다. 소주 한 잔 하고 돼지 뼈 국물의 돈코쓰 라면까지 같이 먹으러 간다면 친구사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