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었다. 가계대출과 신용구매를 합한 금액이다. 3월 말 기준 801조원으로 작년 말보다 6조원 늘었다. 사상 처음이다. 가계부채가 경제의 뇌관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디스도 "한국 은행산업에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가계 부실이 은행 부실로 연결되고 이것이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마다 그것 때문에 금리를 올려서는 안된다는 소위 금리인상 신중론이 제기되는 것이 옳은지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부채의 약 60%가 주택담보대출이고 이중 90%가량이 변동금리의 적용을 받는 구조에서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신중론의 주장처럼 금리가 올라가면 하우스푸어로 불리는 계층은 물론 다른 모든 빚진 계층의 고통도 더불어 커진다. 저소득층 적자가계들은 더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부채가 늘어나는 원인에 주목한다면 당장의 고통 때문에 하염없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논리에 맞지 않다. 2008년까지 600조원대에 머물던 가계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2.0%까지 내린 2009년 2월 이후부터 급증했다. 2009년 3분기에 700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매분기마다 2%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기준금리가 3%까지 오른 올 1분기 증가율은 0.75%로 뚝 떨어졌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 저금리라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당장의 고통이 두려워 저금리를 고집하는 것은 부채를 더욱 조장하는 것이며 시한폭탄을 더 크게 키우자는 전략에 불과하다. 금리는 물가,경기흐름,해외경제 동향과 미래 전망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가계부채만 놓고 본다면 이제는 금리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 맞다. 차입자 부담이 문제라면서 돈 빌릴 인센티브를 해소하지 않는 것은 일시적 캠퍼 주사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