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새 10년 그리는 '기획의 달인'

신철식 STX미래연구원장 "기업 DNA 바꿀 사업 구상중"
신철식 STX미래연구원장(57 · 사진)은 '인재 경영'과 '실용주의'를 중시한다. 최근 몇 달간 경쟁력 있는 인재를 헤드헌팅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를 돌아다니며 연구원에서 일할 핵심 인재 20여명을 끌어모았다. 그들은 맥킨지 AT커니 등 컨설팅 회사 출신의 실전 전문가다. 신 원장은 지난 23일 출범한 STX미래연구원의 수장에 그룹 부회장직까지 겸임하면서 그룹의 새로운 10년을 그리는 역할에 나서게 됐다.

고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외아들인 신 원장은 30년 동안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등을 두루 거쳐 국무조정실 정책차장까지 지냈다. STX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그룹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강덕수 회장이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그를 미래전략위원장으로 스카우트했다. 지난 3월엔 부회장 직함을 받았다. 그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강 회장의 결정이라는 게 회사 내 관측이다. 신 원장은 26일 기자와 만나 "미래연구원은 STX그룹의 '비전 2020'을 전략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그룹 내 싱크탱크"라며 "포스코경영연구소나 삼성경제연구소 등과는 다르게 실제 비즈니스와 맞물려 돌아가는 실전용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계열사의 실제 상황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사안을 함께 검토하고 결정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 박사나 연구원 출신보다는 업계에서 경력이 검증된 컨설턴트 등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미래연구원장이라는 자리가 주어진 데 대해 그는 "남들보다 조금은 더 큰 그림을 볼 줄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신 원장은 "30년간 공직에 몸담으면서 평생을 단기 및 중장기 국가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일 등을 했다"며 "굳이 내 장점을 말해야 한다면 거시적인 계획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동안 쌓아온 플래닝 노하우를 이제는 STX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쏟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지식이란 서로 나누고 보완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암중모색'이란 단어를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신 원장은 아랫사람 말을 많이 듣는다. 갖가지 의견을 기획안에 반영해 종합하는 데 능숙한 '기획의 달인'으로 통한다. 관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형식적인 기획안을 거부한다.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과 사고방식을 갖고 실용성을 중시해 일하기 좋은 상사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신 원장은 "그룹 전체 매출의 90%가 넘는 조선 · 해운업 비중을 다각화해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플랜트 · 에너지 부문의 기여도를 늘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STX라는 기업의 DNA를 완전히 바꿀 만한 사업도 여러가지 고려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년간 그룹의 사업에 깊게 관여하면서 STX가 오너부터 신입사원까지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는 기업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유럽의 자존심이었던 조선사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인수했던 것처럼 앞으로 세계 시장 개척에 앞장 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