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캐럴서 기준치 30배 넘는 발암물질 검출"

2004년 삼성물산 조사 보고…27부터 韓·美 공동조사
고엽제 매립 의혹을 받고 있는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캐럴 지하 음용수에서 2004년에 기준치의 30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캠프캐럴 외 다른 미군기지에서도 이미 토양 및 지하수 샘플 검사가 실시됐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만구 강원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2004년 5월 삼성물산이 의뢰한 왜관 미군기지 토양 및 음용수 샘플 분석 결과 발암물질인 염소화합물이 다량 검출됐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음용수에서 트리클로로에틸렌(TCE) 0.934㎎/ℓ,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0.335㎎/ℓ 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 물 수질기준치(건강상 유해영향 무기물질에 관한 기준)를 각각 31.1배와 33.5배 초과한 고농도다. 김 교수는 이날 "당시 삼성물산 측이 음용수에서 지나치게 냄새가 많이 난다며 악취의 원인을 밝혀달라고 조사의뢰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검사해본 샘플 중 가장 고농도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며 "먹는 물에서 이 정도의 농도가 나온 건 해외토픽감"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2008~2009년 검사 결과 캠프캐럴 외부에 위치한 지하수 관정 4곳에선 기준치를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관계자는 "기지 안의 지하수 수맥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부의 조사결과까진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04년 6월 말 왜관 기지의 샘플 분석 결과를 당시 미군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캠프캐럴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다른 미군기지에서도 토양 · 지하수 샘플을 의뢰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어느 기지에서 조사가 이뤄졌고,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등은 계약상 문제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다른 미군기지에서도 캠프캐럴 지하수 분석 결과처럼 고농도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이번 고엽제 매립 사태는 확산될 전망이다. 미군 측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한국 정부에 통보도 없이 숨겨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 · 미 양국은 이날 한 · 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열고 27일 캠프캐럴 인근 지역에서 공동으로 지하수를 채취,검사하기로 합의했다. 기지 내부에 대한 조사는 미국 본토에서 온 환경 전문가들이 참여한 '한 · 미 공동조사단'이 정식 구성되는 내주 중 실시하기로 했다.

강경민/남윤선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