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發 '공기업 낙하산' 전쟁] '모피아'도 부러워하는 지경부…장관이 임명 외부 고위직 400개

퇴직 후 옮겨갈 산하기관 60개로 가장 많아…표준협회장 등 억대 연봉자리 '싹쓸이'
"흔히 '모피아(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관료)'가 세다고 알려져 있지만 퇴직 후 옮겨 갈 자리를 생각하면 지식경제부만한 데가 없죠."

한 중앙부처 고위 간부는 최근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기타 공공기관 포함) 인사철을 앞두고 산하기관을 기웃거리는 관료들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경부는 중앙부처를 통틀어 산하 공기업이나 각종 유관협회가 가장 많은 데다 업무 성격상 기업들과 접촉하는 일도 잦아 퇴직 관료들이 옮겨갈 자리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 간부는 "타 부처에선 지경부 관료가 제일 부럽다는 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피아보다 지경부 관료가 실리 측면에선 더 낫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퇴직 간부들의 금융회사 감사 취업 관행으로 논란을 빚고 있지만 관가에선 '낙하산식 산하기관행'이 여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모과정은 요식행위에 불과?

지난해 6월 신설된 로봇산업진흥원의 초대 수장에 임명된 주덕영 원장.지경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과 기술표준원장을 거친 주 원장은 2005년부터 생산기술연구원장과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뒤 현직에 올랐다. 공모 과정을 거쳤지만 일각에선 "지경부 출신이라 우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부 지경부 출신 인사는 여러 기관을 돌아가며 10년 이상 요직을 섭렵해 지경부 후배들조차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릴 정도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지경부 관료들과 일해야 할 경우가 많아 지경부 출신이 오면 유리할 때가 있다"면서도 "내부 출신이 CEO에 오르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관련협회는 낙하산 기착지

KS표준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공공기관인 한국표준협회는 정부가 예산의 2.8%만 지원하는데도 지경부 관료가 억대 연봉을 받는 회장 자리를 줄줄이 꿰차고 있다. 지난 3월 선출된 김창룡 신임 회장은 행시 24회 출신으로 지경부 미주협력과장을 지냈고 특허청 차장을 역임했다. 전임 최갑홍 회장도 지경부 출신이다. 기술고시 13회로 상공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지경부 기술표준원장을 거쳤다. 민간기업들이 만든 협회인데도 지경부와 긴밀한 업무협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동차공업협회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에도 지경부 출신이 협회장이나 상근 부회장 등으로 나가 있다.

지경부 차관을 지낸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을 비롯해 무역투자실장 출신의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등도 마찬가지 사례다.

부처 특성상 기업과 업무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 퇴임 후 기업으로 옮겨가는 관료들도 적지 않다. 각종 경력을 인정받아 로펌의 구애를 받기도 한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과 이재훈 전 차관 등이 로펌에 근무한 적이 있다. ◆공기업 이직 중앙부처 1위지경부는 중앙부처 가운데 산하기관이 가장 많다. 전체 286개 공공기관 가운데 60개가 지경부 소관이다. 각종 산업 관련 협회도 수두룩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경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장 이나 협회장,임원, 감사 등의 자리가 약400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정하균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작년 말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06~2010년)간 공기업 임원 등으로 이직한 중앙부처 공직자는 지경부 출신이 59명으로 1위였다. 경제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18명)보다 3배 이상 많다. 이어 보건복지부(36명),교육과학기술부(29명) 순이었다.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 이직자 수 85명 가운데 지경부 출신이 41명으로 48%를 차지했다.

주용석/박영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