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산업혁명 이전에 자본주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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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와 화폐자본주의는 유럽의 산업혁명에 의해 확립된 경제체제다. 그럼 직전의 중세 봉건시대에 자본주의나 전(前)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는 게 존재하지 않았을까.
프랑스 역사학자 자크 르 코프는 《중세와 화폐》(자크르 코프 지음,안수연 옮김,에코리브르,1만5000원)를 통해 "중세 때에는 자본주의도 전자본주의도 전혀 자리잡지 못했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화폐를 중심으로 한 중세의 경제생활을 탐구하며,중세 유럽에는 화폐의 충분한 공급,단일시장,상품 및 증권거래소 같은 자본주의 구성요소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중세의 가치개념을 자본주의 정착의 장애 요소로 꼽는다. 사회 전체가 종교의 지배를 받은 중세에는 교회와 분리된 독립적 경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신의 자비를 베풀기 위한 '카리타스(caritas · 자선)'의 미덕만이 중시되는 '증여경제'였다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