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백지같은 존재…찍는 방식따라 바뀌죠"

佛 국민배우 위페르, 영화 '코파카바나' 개봉
사진전 맞춰 한국 찾아

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58)는 '연기의 신(神)'이다. 전 세계 배우 중 유일하게 칸,베를린,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받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거장 클로드 샤브롤 감독은 그를 가리켜 "어떤 역이든 통째로 집어 삼켜 자기 안에서 새롭게 다듬어내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그가 자신을 모델로 거장들이 찍은 사진을 한국에서 29일부터 8월13일까지 전시한다. 주연한 새 영화 '코파카바나'도 26일 개봉했다.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그를 만났다.

"사진전은 배우로서의 제 삶을 잘 보여줍니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영화 홍보와 패션 등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작가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저를 모델로 찍었죠.배우란 백지와 같은 존재여서 작가들이 찍는 방식에 따라 매우 달라집니다. 다른 목적으로 찍힌 사진들을 전시회를 위해 모아보니 새로운 스토리가 생겼어요. "이번 전시회에는 남편인 영화제작자 로널드 사마가 찍은 사적인 사진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로버트 프랭크,헬무트 뉴튼,위르겐 텔러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 70여명이 찍은 110점을 모았다. 그의 파워풀한 연기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들이 10대 시절부터 40여년간의 시간을 가로질러 젖가슴을 드러낸 상반신에서부터 화장기를 지운 맨얼굴까지 기쁨과 슬픔,불안과 평온,관능과 절제 등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천경우 작가의 사진도 3점 있습니다. 그와의 작업은 꽤나 특이했습니다. 다른 사진보다 포즈를 취한 시간이 길었거든요. 30여분간이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

천 작가는 위페르 딸의 나이와 같은 '27'분간 노출해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장시간 노출로 연기를 말끔히 가셔내고 순수한 여인이자 어머니의 이미지를 얻고자 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작가와의 작업은 반대로 무척 간결한 게 인상깊게 남아있어요. 그는 제 집으로 찾아와 얘기하다가 어느 순간 사진을 다 찍었습니다. 이처럼 삶의 진실된 순간을 찍는 게 사진작가의 역할인듯 싶습니다. " 영화배우인 자신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카메라 앞에 서면 내 모든 연기 행위에 진실을 담아내려고 노력해요. 진실성은 연기에서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

새 영화 '코파카바나'는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엄마 '바부'가 딸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바부는 긍정적이며 관대한 캐릭터예요. 인생에서 난관에 부닥치더라도 극복해내는 인물이죠.꿈을 꾸며 사는 배우란 제 직업과도 공통점을 지녔지요. "

그동안 작업한 숱한 거장 중 호흡이 가장 잘 맞았던 감독에 대해 물었다.

"한 명을 꼽으라면 클로드 샤브롤 감독이죠.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비올레트 노지에르' 등 6편의 작품에서 제 여성적인 모든 요소를 발산시켰어요. '피아니스트'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활력과 집중력이 넘치는 순간을 경험해서 좋았어요.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