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이기는 음식] 매실, 장내 향균 작용으로 식중독ㆍ설사 예방에 효과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에 햇매실이 한창 출하되고 있다. 매실은 추운 겨울을 이기고 가장 먼저 피는 매화의 기운을 닮아 열이 많다. 그래서 아랫배가 차고 장이 약해 설사가 잦고 대변을 자주 보는 비만한 사람에게 좋다. 배를 눌렀을 때 통증을 느끼며 기운이 약해 잘 드러눕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다. 여성들의 냉을 없애는 데도 좋다. 꾸준히 매실을 먹는다면 이런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 다만 몸에 열이 많고 변비가 있거나,감기 초기에 열이 나는 사람들은 많이 먹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매실이 식중독이나 설사를 예방하는 것은 장내 세균에 대해 강력한 항균작용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포도상구균 콜레라균 등이 든 시험관에 매실즙을 넣으면 이들 병원균이 억제된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일본인들이 도시락에 반드시 매실을 넣는 것도 매실이 음식이 쉬거나 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살균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매실은 항균작용에 더해 장운동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오랫동안 설사를 하거나 이질로 고생할 때 매실 달인 물을 하루에 두 번씩 아침 저녁으로 투여했더니 50명 중 48명에서 발열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이 1~3일 만에 없어졌고 2~6일 안에 완치됐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매실은 요즘 갈증해소 음료로 많이 애용된다. 본초강목에는 매실이 간담을 다스리고 혈액을 정상적으로 유지해 주며 내장의 열을 다스린다고 적혀 있다.

매실음료의 주재료인 매실청은 매실과 설탕을 같은 중량으로 준비해 발효시켜 만든다. 분무기로 매실에 소주를 뿌려 주면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발효가 촉진된다. 매실을 통째로 사용하면 발효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씨를 분리하는 게 유리하다. 어느 정도 발효되면 과육은 건져내 매실장아찌로 활용하고,남은 매실 원액은 3개월 정도 더 숙성시켜 밀봉한 다음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매실청을 만드는 과정에서 설탕이 부족하거나 매실 표면이 공기와 맞닿으면 거품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엔 매실 윗부분을 설탕으로 잘 덮어줘야 한다. 매실은 구연산과 칼슘 함량이 매우 높다. 녹색의 청매실에는 유기산이 매우 많아 구연산이 19%,사과산이 15%나 된다. 매실이 신맛을 내는 것은 바로 구연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사과는 유기산이 0.2~0.8%,딸기는 1~3%에 불과하다. 유기산이 많으면 신진대사가 촉진되고 식욕이 오르며 음식의 부패 속도가 지연된다.

매실의 칼슘 함량은 포도의 2배,멜론의 4배에 달한다. 칼슘은 장에서 흡수되기 어려운 성질을 갖는데 구연산과 결합하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체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는 칼슘의 영향으로 매실은 기운을 올리고 호흡기를 강화하며 간접적으로 뼈를 튼튼하게 만든다. 그래서 기력이 약해 잘 드러눕거나,기관지가 약해서 오랫동안 기침을 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매실은 남고,앵숙,고성,옥영,풍후,백가하 등 일본 품종이 대부분이다. 매실이 본래 일본인이 즐기는 음식인 데다 날씨가 포근하고 비가 많이 오는 기후에서 잘 재배되는 데 따른 영향이다. 매실이 크고 단단한 것을 상품으로 친다. 추위에 강한 토종 매실은 열매가 작은데 향이 강하고 유기산 함량이 많아 일본 품종보다 약리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달래 < 강동경희대병원 사상체질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