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총재는 어떤 자리인가] 구제금융國 생사여탈권 쥔 '세계 경제 대통령'

● 글로벌 워치

연봉 42만弗…오바마보다 많아
퇴임 후 연금만 최소 年 25만弗

印尼 구제금융 제공 조건…수하르토 퇴진시키기도

역대 총재 佛 출신 4명 '최다'…캉드쉬 13년 역임 '최장수'

"연봉 42만달러에다 비행기 1등석을 이용하며,출장시 부인 동행 비용도 지원받습니다. "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최근 물러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007년 11월 취임했을 때 IMF가 제시한 총재직 예우다. 총재직 권한도 이에 못지않다. 경제위기에 빠진 회원국가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총재가 발휘할 수 있는 막후 정치력은 막강하다. IMF 총재가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많은 연봉

세계 최강국 미국을 이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0만달러의 연봉과 별도로 5만달러의 업무추진비를 받고 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취임 1년차에 42만930달러,7만5350달러를 받았다. IMF본부가 있는 워싱턴과 워싱턴 인근 주(州)들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분이 해마다 반영돼 지난해의 경우 그에게 연봉 44만2000달러와 업무추진비 7만9120달러가 지급됐다.

IMF 총재는 직원들처럼 소득세까지 면제된다. 전별금이 주어지고 재직시 사망하거나 은퇴 후 사망할 때는 배우자와 자녀가 연금 혜택을 받는다. 이와 관련, 미 CNBC는 "스트로스칸 총재가 매년 최소 25만달러의 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총재는 해외 출장갈 때 여객기 1등석을 이용하고 호텔 숙박비를 제공받는다. IMF와 관련한 출장에는 부인이 동행할 수 있으며 관련 비용은 IMF가 모두 지원한다. IMF는 총재를 국가 정상급 이상으로 예우하지만 해서는 안 될 금지사항도 규정하고 있다. 총재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으며 외부로부터 어떤 선물이나 향응을 받아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이해 상충적이거나 품위를 훼손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호텔 청소부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 조항에 걸려 결국 사퇴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기 전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돈과 여자를 좋아하고 유대인 출신"이라는 자신의 세 가지 약점을 들었다. 특히 "난 여자를 좋아한다. 그게 어떻단 말이냐(I like women,so what?)"고 항변하면서.

◆캉드쉬 전 총재의 충격적인 고백IMF가 1945년 출범한 이후 모두 10명의 총재가 배출됐다. 세계은행 총재직을 미국이 전담하고 IMF 총재는 유럽이 독점했다. 출범 당시의 세계 경제 지배력을 반영하긴 했지만 IMF와 세계은행의 자본을 양측이 대부분 투입해 얻은 기득권이다. 10명 총재 가운데 스트로스칸 전 총재를 포함해 프랑스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스웨덴 출신 2명,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출신이 각각 1명이었다.

총재들은 대부분 5년 임기를 채웠지만 역시 프랑스 출신인 미셸 캉드쉬 전 총재가 1987년부터 2000년까지 13년 역임해 최장수를 기록했다. 그는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의 아시아 외환위기,러시아와 남미의 외환위기 등 숱한 세계경제 위기를 진화한 총재로 평가받았다. 한국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고금리와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강요한 '저승사자' IMF의 수장이었다.

IMF는 24개국 집행이사회를 중심으로 모든 일이 결정된다. 총재 선임과 해고는 이사회의 권한이다. 총재는 이사회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총재는 회원국을 상대로 한 개인적 역량과 정치력을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다. 캉드쉬가 퇴임을 앞둔 1999년 11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IMF 총재의 위력은 놀라웠다. 그는 "IMF가 마련한 구제금융 조건이 사실상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퇴진시켰다"며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개혁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수하르토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털어놨다. 1995년에는 멕시코 구제금융 180억달러 지원을 미리 약속해 놓고 나중에서야 이사회 멤버들에게 "급한 상황이라 자국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여러분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통보했다.

◆총재직 놓고 유럽과 미국 갈등도

이렇다 보니 유럽과 미국은 IMF 총재직을 놓고 날카로운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 2000년 캉드쉬 전 총재 후임자 경쟁이 불붙었을 때였다. 유럽은 독일 부재무장관인 코흐 웨세르를 지지한 반면 미국은 그를 반대했다. 개발도상국들은 당시 미국 국적을 갖고 IMF 수석 부총재를 맡고 있던 스탠리 피셔(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를 밀었다. 논란 끝에 캉드쉬 후임은 독일 출신의 호르스트 쾰러 유럽개발은행 총재로 결정됐다. 현재 스트로스칸 총재 후임자를 둘러싼 유럽과 신흥국가 간 대립과 경쟁에서도 미국이 결정권을 쥐었다. 미국은 단일 국가로 IMF의 최대 의결권(17%)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총 36%)이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단독 후보로 내세웠으나 미국이 반대하면 그의 선출은 불가능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