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항의 쏟아진 부국스팩 '합병 진통'

매수청구가, 공모가 밑돌아
투자자 자칫하면 손실 떠안아
27일 부국증권의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 담당 부서 전화기는 이틀째 불이 났다. 전날 공시한 부국퓨쳐스타즈스팩과 프롬투정보통신의 합병결의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이어진 탓이다. 투자자들이 항의전화를 한 것은 매수청구가 때문이다.

부국증권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는 조건으로 제시한 매수청구가는 1832원.거래정지 전의 매매가(1805원)보다 높다. 일반 종목이었으면 문제가 될 사항이 아니다. 스팩은 공모자금이 별도로 예치된다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부국증권은 주당 2000원에 모집한 공모자금을 다른 금융기관에 예치해 뒀다. 스팩이 합병에 실패할 경우 전액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했다. 스팩이 합병에 실패하면 2000원을 돌려 받을 수 있지만,합병에 반대해 매수청구를 할 경우 8.40%의 손실을 투자자가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소액주주 정모씨는 "공모자금이 고스란히 예치돼 있는 스팩의 특성상,주가를 기준으로 매수청구가를 산정하면 주가가 떨어질수록 증권사와 합병 대상 비상장사는 공모가와 매수청구가의 차액만큼 덕을 볼 것"이라며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도 손실이 두려워 매수청구를 신청할 수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부국스팩은 올 들어 네 번째로 합병에 성공한 스팩이다. 하지만 합병 공시 시점의 주가가 공모가 이하인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부국증권 관계자는 "오는 8월25일 예정된 주총 전까지 투자자들에게 합병의 취지와 합병대상기업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이번 논란을 주시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서는 다른 스팩들의 합병작업에도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의 매수청구가와 관련된 별도의 규정이 없는 만큼 다른 종목과 같은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시세가 하락했을 때도 공모가 기준으로 매수청구가를 지급하도록 하면 합병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갑래 세종대 경영대 교수는 "공모가에 맞춰 매수청구가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