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ech-고미술] 낙찰률 상승 모처럼 봄바람…15년 장기불황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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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2억원대 작품거래 활기15년 이상 장기 불황에 빠져 있던 고미술 시장에 모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다. 1억~2억원대 고가 작품의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고미술품 경매 회사들이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1000만원 미만도 '불티'
군소 경매업체 잇달아 생겨
고미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미술 시장이 근ㆍ현대 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작품값 역시 15년 사이에 큰 폭으로 하락했던 만큼 서서히 회복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억원 이상 고미술품도 잘 팔려
올 들어 고서화 도자기 민속품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마이아트옥션 경매에서는 조선시대 왕실 도자기 백자청화운룡문호가 18억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돼 국내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허주 이징의 그림 '백응박압도'(3억1000만원)와 긍재 김득신의 그림에 추사 김정희가 발문을 쓴 '종리선인도'(2억7500만원)가 2억원 이상에 팔렸다.
서울옥션 119회 경매에서도 김홍도의 '백의관음도'가 1억6000만원에 팔린 것을 비롯해 오원 장승업의 '호산어은도'(1억5000만원),고려시대 '청자음각표형주자'(1억5000만원) 등이 고가에 새 주인을 찾았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18세기 조선시대 청화백자가 7억6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3월 열린 116회 경매에서 1억원 이상에 낙찰된 고미술품이 한 점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좋은 품질의 고미술품이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미술품 낙찰률도 상승하고 있다. 마이아트옥션은 200점 중 157점을 팔아 낙찰률 78.5%,아이옥션의 3월 경매에서도 1000만원 미만 출품작 낙찰률이 도자기 88%,민속품 90%,고서화 75%를 기록했다. 서울옥션과 K옥션도 고미술 낙찰률이 60%를 넘어섰다. 공창규 아이옥션 대표는 "경매시장에 나온 중저가 작품들을 일부 컬렉터들이 장기 투자를 위해 '입질'하고 있다"며 "고미술품 경기가 바닥을 친 것 같다"고 말했다.
○경매회사 신설…시장도 기지개
고미술품 시장이 활기를 띠자 중저가 고미술품을 주로 매매하는 군소 경매업체들이 잇달아 생기고 있다. 2008년 출범한 아이옥션에 이어 옥션단,아트뱅크,마이아트옥션 등이 최근 문을 열었다. 또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의 큰아들도 경매회사 AT옥션을 설립,두 차례 경매를 진행했다. 고미술 업체 동예헌도 경매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범수 AT옥션 대표는 "일본 대지진 참사와 리비아 사태 등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미술 애호가들이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변동성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저명 작가들의 작품을 사고 있다"며 "올해 첫 경매에서 낙찰률이 상승하고 고가 작품 거래가 많아진 것은 향후 시장에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 고미술품은 중국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1996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조선시대 철화백자운룡문항아리가 당시 환율로 계산했을 때 약 70억원(841만달러)에 낙찰됐을 때만 해도 중국 고미술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요즘 중국 미술품은 세계 경매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6월 북송시대 황팅지엔의 서예 작품이 770억원에 거래되면서 아시아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는가 하면,같은 해 12월에는 북송시대 칠현금이 약 230억원에 낙찰돼 세계 악기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리커란이 그린 장정(長征)이란 작품이 중국의 쟈더 경매에서 184억원에 낙찰돼 중국 근대 서화 분야에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