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스 美 차관보 "원화 절상해야"

"수출 의존 줄이고 내수 확대를"…中 이어 한국에도 압력 '우려'
한국을 방문 중인 찰스 콜린스 미국 재무부 국제금융 담당 차관보(사진)가 29일 한국 정부를 향해 원화가치 절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이어 한국에도 원화절상 압력을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콜린스 차관보는 이날 서울 광화문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국은 환율 관리에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해 원화가치가 상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 성장에 있어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 범위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원화가치 상승은 인플레이션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원화가치가 상승해 원 · 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하락,정부의 물가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콜린스 차관보는 중국 위안화와 관련,"세계 2위 경제대국이며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내수를 진작하고 수출 의존도를 줄여 균형 잡힌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위안화가 평가절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앞서 지난 28일 의회에 제출한 환율정책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은 강한 경기 회복과 외환보유액 증가,높아지는 인플레 압력,경상수지 반등을 감안해 환율 탄력성을 크게 높이고 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위안화 추가 절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지난 2월에도 '2010년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다. 한편 콜린스 차관보는 "미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올 하반기와 내년에 3~4%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수출과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소득이 늘면서 개인들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주택 시장은 앞으로 1~2년 정도 더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재정적자 축소도 미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