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투데이] 칠레이리응애 1통에 100만원…동부, 천적곤충 '돈줄'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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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승 '동부 세실' 사장"곤충을 삼등분하면?" "□□□."
'황금 곤충' 사업화
천적곤충 31종…세계3위, '세실' 퇴출 후 경영 맡아
동부 만나 재도약
친환경 농업으로 영토 확장 "세계1위 기업으로 키울 것"
초등학생들에게 이 문제를 내면 '머리-가슴-배'가 아닌 '죽는다'란 답이 돌아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정색하고 "돈 된다"고 답하는 곳이 있다. 동부그룹이다. 지난 주말 세계 1위 곤충회사라는 꿈이 영글고 있는 충남 논산시 연무읍 동부 세실을 찾아갔다. 입구에서부터 큼지막한 알록달록 무당벌레 모형이 반겼다. 곤충회사답다. 정문 앞엔 공장이 들어서는 듯 터닦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직원은 "동부의 곤충 신사업이 들어설 부지"라고 설명했다.
◆동부,상장 폐지된 '세실'인수한 까닭
로비에 들어서자 양복을 갖춰 입은 14년 '곤충 전문가' 양성승 동부 세실 사장(42 · 사진)이 반겼다. '면접'을 위해 모처럼 양복을 입었다고 했다.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회사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세실은 1991년 4월 세워졌다. 당시엔 목재회사였다. 서울대에서 임산공학을 전공한 양 사장이 입사한 회사가 세실임산.곤충과 연이 닿은 건 2002년이었다.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부딪히자 천적곤충사업을 신사업으로 골랐다. 오이와 토마토 파프리카를 농민들이 재배할 때 가장 걱정하는 것이 병충해.해충을 잡아먹는 '천적곤충'을 사업화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쉽지 않았다. 기술도 곤충 지식도 없었다. 유용곤충연구소를 세우고 곤충만 쫓아다니길 5년.2007년 처음으로 영국과 벨기에에 수출했다. 그해 상장까지 하며 좀 숨통이 트이려나 했다. 그러나 곧이어 창업주가 정부 보조금을 빼돌린 게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곤두박질쳤다. 지난 2월 상장 폐지됐고 옛 경영진은 모두 기소됐다.
지난해 말 경영을 맡은 양 사장은 "더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었던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얼마 뒤.세실을 찾아온 회사가 있었다. 동부한농이었다. 195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농약사업을 시작한 동부한농은 천적곤충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농약과 비료로 국내 1등인 회사라면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동부한농은 지난달 세실 인수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동부가 상장 폐지된 회사를 인수했다고 수군댔다. 동부한농은 "세실은 내부적 위기로 상장 폐지됐지만 곤충분야에선 세계 3위의 회사"라며 친환경 농업사업으로 발을 넓혀갔다.
◆수정벌,칠레이리응애가 돈줄
세실은 천적곤충 종수기준으로 세계 3위다. 네덜란드의 코퍼트(34종)와 벨기에 바이오베스트(33종)에 이어 31종의 천적곤충을 갖고 있다. 양 사장은 "위기가 닥치면서 지난해 말 내 손으로 60여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한 것이 가장 죄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동부한농이 추진하고 있는 첨단유리온실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공장'으로 가봤다. 커다란 담뱃잎이 가득찬 온실이 생산라인이었다. 0.5㎜도 채 되지 않는 칠레이리응애 한 마리 값은 10원.손바닥만한 통 하나에 들어있는 칠레이리응애 값이 100만원쯤 된다고 했다. 칠레이리응애는 딸기 파프리카 장미 등을 갉아먹는 점박이응애를 잡아먹는 이로운 곤충이다. 암실공장에 가봤다. 수정벌인 서양뒤영벌을 생산하는 곳이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세실은 이곳에서 '수정벌' 노릇을 하는 벌을 키워 농가에서 친환경농업으로 토마토 온실재배를 할 때 쓸 수 있도록 박스로 포장해 판다. 한 박스당 가격은 6만5000원.991㎡(300평) 규모의 온실 1개동에서 자라는 토마토의 수정을 도울 수 있다.
양 사장은 "노랗고 귀여운 수정벌을 학습용 제품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실있는 회사,직원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세계 1위 천적곤충회사로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논산=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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