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캘퍼, 증권사 위장취업까지

전산 특혜로 100억 순이익…월 100만원 급여도 받아

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이 주식워런트증권(ELW)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전산적 특혜를 받기 위해 증권사에 위장취업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검찰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구속된 스캘퍼 조모씨는 또다른 스캘퍼 김모씨,전산 전문가 이모씨 등과 팀을 결성해 ELW 초단타 매매를 하면서 이씨를 지난해 K증권에 취업시켰다. 증권사로부터 전산적 특혜를 받기 위해선 내부 전산망에 손을 대야 하는데,관련 법규와 사규 등에는 회사 직원만 접근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조씨와 김씨가 증권사 내부 전산망과 스캘퍼 전용 서버를 이용하고 시세정보를 우선 제공받도록 하는 한편, ELW 주문정보가 유효한지 원장(元帳 · 거래기록 장부)을 점검할 때 일부 항목을 생략해 속도를 높이도록 특혜를 줬다. 이를 통해 조씨 등은 일반 투자자보다 빠른 속도로 수조원대 규모의 ELW를 거래,1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이에 대한 대가로 조씨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챙겨 받았으며,증권사로부터도 월 10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으나 이씨는 "실질적으로 금융기관 임직원이라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또다른 스캘퍼 김모씨에 대해서도 "역할과 관여 정도,건강 등을 고려할 때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다"며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 등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이씨를 취직시켜준 K증권사 직원들에 대해서도 위법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증권사 직원 백모씨에게 1억9000여만원의 뒷돈을 주고 각종 편의를 제공받아 ELW 투자과정에서 약 100억원의 불법이익을 챙긴 혐의로 스캘퍼 손모씨와 백씨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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