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차라리 '참여한나라당'으로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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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철회·반값등록금 인기 영합…시장주의 '보수의 틀' 재구축해야한나라당이 쇄신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는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남은 기간이 짧아서만은 아니다. 그들은 지금도 '실패의 이유'를 모른다. 실패가 '실패학'으로 승화되지 못하면 반전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더 왼쪽으로 다가서지 않아 4 · 27 재 · 보선에서 진 것으로 믿고 있다.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는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을 공식화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으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20,30대 젊은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무슨 기상천외한 정책 아이디어인 양 '인천상륙작전'에 비견된다.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인천'이라는 사실이 유일한 연결고리다. 인천상륙작전의 핵심은 '북한의 허'를 찌른 것이었다. 민주당의 진영논리라 할 수 있는 '감세철회와 반값 등록금'으로 민주당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것은 정말로 순진한 발상이다. 반값 등록금은 뒤집어 보면 '세금 등록금'이다. 대학진학률은 이미 80%를 넘었고,지금은 오히려 부실대학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대학교육은 '선택교육'이다. 그리고 '취업조건부 학자금융자제도'도 구비돼 있다. 세금지원으로 대학진학을 '추가적으로' 독려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등록금을 낮출 것이 아니라 등록금이 '제값'을 하도록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졸업 후 취업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에 등록금이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법인세 감세철회는 성장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다. 외국자본의 국내진입에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법인세율을 높게 유지하면 주주나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배당금과 급여가 줄어 그만큼 국가의 세수도 줄어든다.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 구조다.
반값은 그 무엇이든 부작용을 초래하고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그린벨트를 풀어 반값에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이 무한정일 수는 없다. 누구는 혜택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복불복(福不福)의 요행사회를 만들 뿐이다. 반값 아파트는 '대기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려 전세난을 가중시켰다. 반값 등록금도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 언젠가 원상회복시킨다면 역시 '복불복'을 만들게 된다.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 확대,학자금융자 이자율 조정 등 미시적 접근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인기영합 정책이 국민의 지지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4월 재 · 보선 패배를 계기로 친서민 · 중도실용으로 정책기조를 변경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심한듯 2010년 신년사에서 친서민 · 중도실용을 천명했다. 그 사이 각양각색의 친서민 정책이 논의되거나 도입됐다. 미소금융,햇살론,취업후 학자금상환제,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 등이 그것이다. 친서민 행보에 최선을 다했지만 한나라당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했다. 인기와 지지가 '정치자산'일 수는 없다.
한나라당의 실패는 '이념과 가치'의 정체성을 깊이 천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탄생한 이명박 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한 것은 패착이다. 공정사회라는 화두가 깊은 성찰 없이 '정책의 옷'을 입은 것도 실책이다. 공정사회론은 그 취지와 달리 포퓰리즘적 정책을 쏟아내는 통로로 변질됐다.
한나라당이 거듭나려면 '자유주의,시장주의,법치주의,책임과 선택' 등을 핵심가치로 하는 '보수의 틀'로 재구축돼야 한다. 지금 같이 '둥지의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정신적 처소'를 부정할 요량이면 차제에 '참여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것이 낫다. 보수를 부끄러워하면서 보수를 표방하는 것만큼 비겁한 것은 없다. 그래야 새로운 보수세력이 싹틀 수 있고,그 길이 이념경쟁과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좋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