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In & Out] 中企, 애널 관심 끌려면 차라리 파업?

지방에 소재한 중소기업이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량한 자회사를 거느려 연결재무제표를 개선하면 될까. 아니면 서울에 홍보(IR) 부서를 두고 애널리스트와의 접촉을 강화하면 될까. 둘 다 아니다. 차라리 파업을 해서 관심을 끄는 게 낫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을 보면 그렇다. 유성기업은 지난해 지분법이익 등에 132억원을 기여한 우량 자회사를 갖고 있다. 본사가 충남 아산에 있음에도 1988년 상장 때부터 서울에서 IR업무를 해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유성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한 건도 내놓지 않았다. 철저히 외면받은 것이다. 주가 상승의 발판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지난 18일 시작돼 1주일 남짓 진행된 노조 파업이었다. 자동차 엔진의 핵심 부품인 피스톤링과 관련된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이 부각되며 주가가 폭등했다. 지난주 유성기업 주가는 2625원에서 4900원까지 86.66%(2275원) 올랐다. 그래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로 여전히 상장사 평균(1.7배)의 절반에 불과한 상태다.

각 증권사에는 자동차 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1~2명씩 있다. 이들은 유성기업을 외면한 이유로 시가총액이 1주일 전만해도 600억원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1900여개 상장사 중 커버하는 종목은 200개 미만"이라며 "대개 시총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이라고 말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주문을 많이 받아야 능력을 인정받는 상황이라 기관이 외면하는 중소형주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고 해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완성차 업체의 생산라인이 멈춰설 때까지 파장을 예견하는 어떤 보고서도 내지 못했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탄탄한 중소기업이라도 눈길을 끌기 위해선 파업 같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