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투데이] '추격자' 삼성SDI "美 빅3에도 전기車 배터리 공급"

● '전지사업 特命' 받은 박상진 사장

태양전지에 2조원 투자…5년 내 20배로 키울 것
자동차 전지 양산 맞춰…美·中·유럽에 생산 거점
1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삼성SDI 비전선포식.박상진 사장(58)의 첫마디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가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5대 신수종사업 중 자동차용 전지에 이어 태양전지 사업까지 박 사장에게 맡겼다. 경쟁사 대비 지지부진한 두 사업에서 최대한 빨리 경쟁사를 추격하라는 '특명(特命)'에 다름 아니다.

박 사장은 비전선포식에서 이 회장의 특명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내놓았다. 먼저 자동차용 전지 분야에선 BMW와 피아트에 이어 폭스바겐,미국 빅3 메이커 등에도 2차전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에서 넘어오는 태양전지는 앞으로 5년간 2조원을 투자해 생산규모를 지금의 20배로 키우기로 했다. ◆자동차전지와 태양전지 두 날개 달다

SDI는 작년 말 기준 5조1000억원인 매출을 2015년 13조원,2020년 35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박 사장은 "휴대폰과 노트북 등 IT(정보기술)용 소형 2차전지에서 1위에 오른 기술력을 토대로 태양전지,전기자동차용 전지에서도 1위를 하겠다"고 자신했다.

부문별로는 자동차용 전지에서 독일 보쉬와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통해 올 하반기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에 전기차용 전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대외적으로 발표된 BMW,피아트,폭스바겐 외에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고 곧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예상 수주량에서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글로벌 기업'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미 빅3 메이커들과 현재 세부적인 공급계획 등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용 전지를 본격적으로 양산해야 하는 시점에 맞춰 미국,유럽,중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1일자로 삼성전자에서 사업권을 넘겨받는 태양전지 분야에선 2015년까지 2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150㎿인 생산규모도 조만간 300㎿로 늘리고 2015년까지 3GW(3000㎾)로 추가 확대할 방침이다. 5년 내 생산규모를 20배로 키우겠다는 얘기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에 태양전지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지명찬 SD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태양전지 분야에서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을 올릴 계획"이라며 "2조원의 투자자금 가운데 1조원은 내부 유보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1조원은 다른 사업부 여유자금과 외부 차입 등으로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양전지 기술과 관련,최창식 삼성전자 광에너지사업팀장은 "현재 태양전지 양산효율은 18.5%인데 이를 연말까지 19.5%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단결정 방식의 결정형과 박막형 등 고효율 전지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토털 에너지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자동차용 전지와 태양전지를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에너지 솔루션 분야를 개척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금까지 자동차용 전지를 단품으로 팔던 것을 넘어 에너지저장시스템(ESS),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결합,자동차 전지분야 풀(full)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2차전지와 태양전지를 접목해 대형전지 분야에 뛰어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대형전지 시장은 빌딩 등 고정된 건물 위주로 설치됐으나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송 · 배전망 설치계획을 짜는 것도 힘들다"며 "태양전지와 대형전지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분산형 전력공급 · 저장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DI는 자동차용 전지와 태양전지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PDP패널 분야엔 추가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태양전지 사업 이관으로 삼성전자와 합작해 세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지분 35.6%를 삼성전자에 넘길 것이란 설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