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의혹 다 까보자"…당ㆍ정ㆍ청, 野에 일제 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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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 저축銀 특검법 발의
이재오 "前정권과 관련" 공세…靑 "우리쪽 다쳐도 철저 수사"
민주 "특검 마다할 이유 없다"
여권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대야(對野) 전면전에 나섰다. 청와대가 지난달 31일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대응,"저축은행 영업정지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에 로비했다"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1일에는 친이(친 이명박)직계 의원 16명이 저축은행 비리의혹 수사를 특별검사에게 맡기자며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던 이재오 특임장관도 이날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저축은행 사건은 부패가 저질러지는 과정이 지난 정부와 밀접하므로 지난 정부 관계자들의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공세에 가세했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둘러싼 6월 임시국회 공방이 시작되기 직전 당 · 정 · 청이 일제히 야당에 포문을 연 형국이다.
이날 특검법 발의는 초 · 재선의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부산지역 초선 장제원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여기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전여옥 진영 권택기 김성동 김성회 김소남 김용태 박준선 배은희 손숙미 원희목 조문환 조진래 의원 등이 서명했다.
법안은 특별검사로 하여금 저축은행의 내부 비리뿐 아니라 영업정지를 전후해 부당 예금인출이 있었는지,감사원이나 금융감독원 · 금융위원회,정치권 등에 로비한 의혹은 없는지 등을 수사토록 했다. 또 부산저축은행 외에도 부산2저축은행,중앙부산저축은행,대전저축은행,전주저축은행,보해저축은행,도민상호저축은행,삼화저축은행 등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8개 저축은행을 수사대상에 모두 포함시켰다. 한마디로 의혹의 여지가 남지 않게 의혹이 있을 만한 곳은 다 까보자는 제안이다. 친이계가 특검법을 먼저 들고 나온 것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지난달 31일 청와대가 민주당과 피터지게 싸우는데도 여당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청와대 쪽에서 상당히 섭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설령 우리쪽 사람이 다치는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특검법 발의와 관련,"특검은 우리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특검법 발의를 환영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지난 여야 원내대표 회동 때 특검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의사를 한나라당에 전달했다"며 "1차 검찰수사 발표 후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특검에 들어가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친이계를 중심으로 특검법을 발의한 배경에 대해서는 '사태 모면용'이라는 시각이다.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은 "한나라당이 들끓는 민심을 모면하기 위해서 특검을 하자고 하는데 야당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박수진/김형호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