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로 신도시 보여주며 이라크정부 설득"

●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의 '8조 수주' 비결

말리키 총리 직접 만나 '담판'…현지 수차례 오가며 계약 성사
"남이 망설일 때 적극 나서야…시장 열리면 더 큰 기회 온다"
김현중 한화건설 해외담당 부회장(61 · 사진)은 지난 4월27일 오후 누리 카밀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30분간 면담했다. 말리키 총리가 방한 일정을 시작한 직후였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바그다드 인근 신도시 개발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이라크 정부의 예산 지원책을 끌어냈다.

다음날엔 총리 수행원들을 헬리콥터에 태워 한화건설이 인천에 짓고 있는 1만2000가구 규모 미니신도시 '인천 에코메트로'를 둘러보도록 했다. 수행원들은 한결같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김 부회장은 "수행원들의 반응을 보고받고 수주를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전후 이라크 시장 개척자

김 부회장은 1일 국내 건설사의 해외 주택사업 중 최대 규모인 72억5000만달러(7조8000억원)짜리 이라크 신도시 공사 수주와 관련,"후발주자는 남들이 망설일 때 적극적으로 나서야 시장이 열리면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민관경협사절단으로 이라크를 둘러봤다. 이때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을 읽었다. 이후 이라크를 수차례 오가며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를 설득했다. "하나하나 조건을 만들어 가면서 이라크 정부의 예산 배정을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이라크 신도시를 저가수주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선 "사업성이 충분하지만 독자 노하우인 만큼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라크 시장 내 한 프로젝트에만 공을 들인 건 아니다"고 말해 향후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사장단 세미나에서 이라크 수주건을 글로벌 혁신 성공사례로 꼽았다.

◆1분기 수주 규모 건설업계 2위한화건설은 해외플랜트 공사를 속속 수주하고 있다. 올 들어 쿠웨이트 화공플랜트(2400억원),사우디아라비아 얀부 담수플랜트(1조1300억원) 등을 잇따라 따냈다. 지난 1분기 국내 공공발주 수주 규모는 9위(1100억원),전체 수주액은 6위(8000억원)로 해외까지 포함한 수주는 2조원으로 2위다.

김 부회장은 해외 현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발전소 정유 화공 등 해외플랜트 수주에서는 이제 자신 있다"며 "기술인력들이 수주 후 안정적으로 현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까지 수주 7조원,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며 "매년 해외 매출이 20%씩 성장해 2015년에는 전체 매출의 40%가 해외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출장엔 꼭 운동화 챙겨김 부회장은 1년의 절반 정도를 해외에서 보낸다. 해외 출장 땐 항상 운동화를 챙긴다고 했다. 체력관리를 위해 하루 1시간 걷기는 필수 일정이다. 중동 출장 때는 금요일 밤 비행기를 주로 이용한다. 비행기를 타면 바로 수면을 취한다. 중동 일부 국가는 금요일이 휴일이고 토요일에 근무하는 까닭에 금요일 밤에 떠나면 다음날 바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0년 ㈜한화 건설부문 때부터 11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후배들에게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물려줘야 한다"며 "이라크 신도시 수주가 시공능력평가 톱5에 들어갈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김진수/사진= 김영우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