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좋은 부모' 없이도 인재 나온다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 | 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71쪽 | 1만3000원
열한 살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943년 가을 '녹원의 천사'라는 영화에서 말을 타고 장애물 경주에 참가하는 '벨벳' 역할을 따낸다. 그러나 체구가 너무 작은 것이 문제였다. 영화사는 이듬해 1월까지 크랭크인을 미루는데 이 사이 극성스러운 엄마 사라 테일러는 호르몬 약제와 특별 식단,여러 트레이닝을 동원해 불과 4개월 만에 딸의 키를 7㎝나 키워 놓는다. 성공하지 못한 배우였던 엄마의 욕망 때문에 리즈 테일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우로 자라난다. 그는 실제 삶과 허구를 혼동할 만큼 배역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면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무려 8번의 결혼을 하고 술과 약물에 의존하기도 했다.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인물들이 반드시 '좋은 부모'에 의해 길러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강박관념이나 집착에 매달린 부모,구타와 폭언을 일삼았던 부모,훈련의 강도가 심각한 부모,이기적인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극단적인 부모 밑에서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여러 분야에서 창의성을 드러낸 18명의 비운의 천재들을 소개한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자다가도 무대에 서야 했던 마이클 잭슨,누나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키워진 헤밍웨이 등의 성장 과정이 흥미롭다. 저자는 "좋은 부모란 기분 좋은 유년의 추억을 선사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