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백성을 따르는 게 하늘의 길"…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은

제왕치국의 어록 | 허윈중 지음 | 심규호 옮김 | 일빛 | 572쪽 | 2만8000원
"하늘은 백성을 어여삐 여겨서 백성이 원하는 바가 있으면 반드시 따른다. 너희들은 나를 보좌해 천하의 죄악을 영원히 없애야 한다. 결코 시기를 놓치지 말라."

주나라 무왕이 상나라 주왕을 공격하는 순간,그를 멸하는 것이야말로 순천(順天),즉 하늘을 따르는 길이라고 백성들을 설득했다. 사람들은 하늘의 뜻에 순종하기 마련이니까 백성을 따르는 것이 하늘을 따르는 길이란 이치였다. 무왕의 이 말은 중국 역사에서 제왕의 치국(治國)사상에 관한 교범으로 받아들여졌다. 오늘날 대통령에게 가하는 준엄한 채찍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국민이 국가 경영의 임무를 부여한 자리니까 국민이 원하는 바를 위해 힘써 일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제왕치국의 어록》은 리더가 걸어야 할 길을 중국 역사 속 제왕들이 남긴 어록을 통해 고찰한 책이다. 하나라 개국 제왕인 우(禹)부터 청나라 황제 광서제(光緖帝)까지 78명의 위대한 제왕이 남긴 1000여개의 어록을 선정해 인용했다.

제왕들은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평안한 나라를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청렴한 관리를 꼽았다. 관리들이 부정부패를 일삼으면 백성들이 기댈 곳을 잃는다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고상한 대의를 흠모하고 교육에 힘을 쏟으라고 했다. 올바른 인재를 등용하려면 신분과 나이에 차별을 두지 말고 반듯한 사람을 천거하고,재덕을 겸비한 사람을 임용하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태평천하를 이룩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역사적인 성세(盛勢)는 명철한 군주와 능력 있는 대신들이 합심해 일궈냈다. 역대 모든 군주들은 이처럼 자신의 뜻을 실행해줄 어질고 능력 있는 인재들을 갈망했다. 이런 심리는 조조의 단가행에 나오는 시구가 잘 표현했다. "푸르고 푸른 그대의 옷깃이여,아득하고 아득한 나의 그리움이로다. "

제왕들은 국가의 정무를 진흥시키기 위해 각종 포상으로 인재를 격려할 것을 권했다. 공적이 있는 사람이 상을 받지 못하면 천하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는 인식에서였다. 신상필벌은 백성과 관리를 통치하는 기본인 셈이다.

또한 법을 다스림의 근거로 받들라고 했다. 법이 공정하면 백성들이 매사에 삼가고,죄를 정당하게 판결하면 백성들이 복종한다고 훈시했다. 형벌이 과다하면 백성들이 쉴 곳을 잃게 되니 채찍질과 곤장의 형벌 제도를 줄이라고도 일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