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휴대폰 유해 논란

휴대폰 전자파의 유해 논란이 본격화된 건 10여년 전이다. 스웨덴 룬트대학 라이프 살포르드 박사팀이 전자파가 뇌세포를 죽여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2003년 내놔 주목을 받았다. 생후 12~26주 된 쥐에게 휴대폰과 같은 대역의 전자파를 2시간 동안 쐬고 50일 후 관찰했더니 학습 · 기억 · 운동을 관장하는 뇌세포가 줄어들었다는 게 골자다.

제조업체들이 거세게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으나 연구는 계속됐다. 뇌종양,임파선암,고환암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실험이 잇따랐다. 면역세포를 파괴하는 건 물론 DNA를 손상시킨다는 연구도 나왔다. 2009년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보건대학원과 한국 국립암센터 공동연구팀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23편을 분석,휴대폰을 10년 이상 사용하면 종양 발생 위험도가 18% 높아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학자는 휴대폰을 귀에 바짝 붙이고 오래 쓰는 것은 뇌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것에 비유한다. 반론도 많다. 미 사우스 플로리다대 게리 어렌대시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들에게 휴대폰 전자파를 하루 1시간씩 2회에 걸쳐 7~9개월 동안 노출시킨 결과 오히려 기억력이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뇌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이 줄어든 덕이란다. 영국 노팅엄대는 전자파에 노출된 지렁이들이 10% 정도 빨리 성장했으며,성충으로 자라는 비율도 28~40%나 높았다는 실험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연구를 믿어야 할지 난감하다. 휴대폰 탓에 건강을 해쳤다며 제기한 소송도 대부분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됐다. 재미있는 건 연구 결과가 기금조성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스위스 베른대학에 따르면 산업계가 비용을 댄 경우 33%만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반면 공적 자금을 받은 연구에선 그 비율이 80%대로 치솟았다.

그동안 판단을 유보해온 세계보건기구(WHO)가 암 유발 가능성에 손을 들어줬다. 위험도는 '2B' 등급으로 배기가스,살충제,납과 같은 수준이다. 별 것 아니라고 방심할 일이 아니다. 더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과도한 사용 금지' 등의 경고문을 넣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사용자도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귀에서 1.5㎝ 거리를 둔다,통화시간을 5분 이내로 줄인다,이어폰과 문자메시지를 활용한다,안테나를 뽑아 전자파를 분산시킨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